행복한 삶/삶의등대▲

경제 天動說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4:23
4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천문학은 의학과 함께 가장 오래된 학문으로 꼽힌다. 200여 년에 불과한 경제학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인류에 미친 영향을 따지면 경제학은 결코 천문학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잘못된 학설이 끼친 해악()에서 경제학은 다른 학문을 압도했다.

천문학은 16세기 초까지 ‘땅은 고정돼 있고 하늘이 회전한다’는 천동설을 가르쳤다. 근대과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지동설()은 학자 몇 명의 고초()를 불러왔을 뿐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든, 태양이 지구를 돌든 민중의 삶은 달라질 게 없었다.

경제학은 그렇지 않았다. ‘부자를 없애거나 짓눌러야 모두가 잘산다’, ‘자유무역을 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는 경제 천동설은 대재앙을 낳았다. 전자는 20세기 최악의 경제 실험이었던 레닌의 10월혁명을 낳았고, 후자는 제1,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이 됐다. 경제 천동설의 실험은 수천만 명을 죽였고 수십억 명을 빈곤으로 몰고 갔다.

21세기를 맞아 세계 각국은 ‘부자가 되려는 이기심을 장려하고, 자유무역을 증진해야 나라도 국민도 잘산다’는 학설을 경제 지동설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경제 지동설은 대체로 나라와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검증이 끝난 경제 천동설이지만 일부 정치인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모양이다. 천동설만이 살 길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야 그렇다 쳐도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조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했으니 말이다. 그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작은 이익을 위해 미국과 한국 국민의 큰 이익을 저버렸다. 경제 지동설이 지배적인 미국에서조차 이러니 다른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9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국회의원 82명은 10일 “각 상임위의 활동을 통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유무역을 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는 천동설을 외친 셈이다.

현 정부는 그동안 대내정책에서 ‘부자를 짓눌러야 모두가 잘산다’는 천동설을 일관되게 펼쳐 왔다. 결과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분배 악화였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0.341이었던 지니계수가 지난해 0.351로 높아졌다”며 “평등 지향적, 분배 지향적 정부에서 오히려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대내 정책에서 정부가, 대외정책에선 국회가 경제 천동설을 펼치고 있으니 정책조합(policy mix)의 정합성()만큼은 확보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조합은 나라와 국민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겠지만 말이다.

세계적 석학인 존 나이스빗(78) 교수는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이 성공하려면 경제 개혁과 개방이 차기 대통령 후보 공약 중 상위에 올라가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본보 8월 30일자 A10면).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경제 지동설에 부합하는 공약을 내놓으라는 충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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