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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4:35
지난해 미국 기업경영인 가운데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인터넷 기업 야후의 전 CEO(최고경영자)인 테리 시멜이었다. 지난주 공개된 미 S&P 500대 기업 CEO의 소득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시멜은 연봉과 보너스를 합해 7170만 달러(667억원)를 벌었다. 미국 근로자 평균 연봉(4만6500달러)의 1540배를 독식한 셈이다.

시멜도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제임스 사이먼스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MIT와 하버드대 수학 교수 출신인 사이먼스는 확률미분방정식을 응용한 독특한 디리버티브(파생금융상품) 투자기법으로 2006년 한 해에 17억 달러(1조5800억원)를 벌었다. 그가 관리하는 60억 달러 규모의 미댈리언 펀드는 지난해 84%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평범한 미국 샐러리맨 3만6500명의 연봉을 혼자서 벌었다는 계산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미국의 개인소득 상위 랭킹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경우 사이먼스 말고도 케네스 그리핀과 에드워드 램퍼트가 개인소득 10억 달러 이상의 '빌리언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9억5000만 달러를 번 조지 소로스가 4위였다. 소득 랭킹 상위 25명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지난해 번 소득 합계는 140억 달러로, 8만 명에 달하는 뉴욕시 교육공무원의 3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금융자산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21세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헤지펀드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생겼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헤지펀드 자본주의를 집중 조명한 전면 특집기사를 실었다. (6월 19일자) FT에 따르면 세계 금융자산은 2005년 말 현재 140조 달러로, 같은 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16%로 불어났다. 금융자산의 73%가 돈 놓고 돈 먹는 머니 게임에 몰려 있고, 그 게임의 주역은 헤지펀드다.

1990년 610개였던 헤지펀드는 2007년 현재 9575개로 늘었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1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이 돈을 수백 배로 튀겨 옵션.선물.스왑 거래 방식을 통해 각종 디리버티브에 투자하고 있다. 그 규모는 무려 286조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GDP의 6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누 거품 속에서 무한 순간이동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지하던 고전적 자본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케인스 자본주의를 거쳐 지금은 금융 자본주의로 넘어가 있다. 금융 자본주의의 변종이자 돌연변이가 헤지펀드 자본주의다.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전통적 가치가 뒤로 밀리면서 21세기 자본주의는 승자가 독식하는 머니 게임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지만 그 천재에게 어울리는 합당한 보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더구나 그 천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라 단지 돈 버는 수학 방정식일 때, 논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머니 게임의 승자 한 명에게 보통 월급쟁이 수만 명의 연봉이 돌아간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비도덕적이다. 전체 인구의 14%가 건강보험 혜택조차 못 받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FT는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자유방임주의가 횡행하던 20세기 초 상황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무한 자유경쟁의 끝은 제1차 세계대전이고, 대공황이었다. 승자 독식의 비윤리성은 금융 자본주의의 치명적 결함이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고, 분노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역사의 종말을 예언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시각은 짧았다. 승자가 패자들에게 "억울하면 너도 출세해"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이타적 자본주의니 창조적 자본주의니 하는 제3의 모색도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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