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법사처럼 인재를 경영하라.
저자 : 청쥔이
경영서로 다시 돌아온 『서유기』
『서유기』는 네 명의 인물이 경전을 찾아 서역으로 가는 도중에 겪는 갖은 풍상과 고초, 해학으로 이루어진 중국 고전이다. 손오공이 요괴를 무찌르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훅 불면 수많은 분신이 생겨나기도 하고, 여의봉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적들을 물리친다. 돼지코의 저팔계는 생떼를 부리며 먹을 것을 탐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정이 있어 밉지가 않다. 괴상하게 못생긴 사오정은 매사에 늦지만 신중해 서역으로 가는 길에 나름대로 공헌을 한다. 삼장법사는 말 잔등에 앉아 주문으로 손오공의 머리에 감긴 금테를 조여 손오공을 다스린다. 적에 맞서 넷이서 힘을 합하다가도 서로 간의 갈등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힘을 합해 서역에 다다른다.
이러한 장면들은 우리의 기억에 남아 웃음과 꿈을 주었다. 손오공처럼 여의봉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공상은 『서유기』를 읽는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런 공통의 기억을 만들어 내는 고전을 다시 해석하는 일은 그것이 통속적인 것이든 아니든 많은 독자를 선확보하는 효과를 갖는다. 같은 기억을 가진 독자층의 기반이 넓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청쥔이는 그런 점에서 이미 수많은 독자를 선점한 것 같다. 사람들은 여의봉이나 파초선을 이야기하면 머릿속에 똑같은 것을 떠올리고, 사오정, 저팔계, 삼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 고전인 『서유기』를 인력관리 차원에서 풀어쓴 이 책은 『서유기』를 읽어본 사람들끼리 그 비유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줄기로 구성된다. 성불을 위해 서역대장정을 떠나는 목표의 설정과정,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길을 가면서 저팔계와 사오정이 합류하는 팀 형성과정, 여러 유형의 외부의 적들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과 협력, 그리고 최후의 적인 자기 자신의 내부의 적과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그냥 줄곧 싸우는 장면만 생각나게 하던 『서유기』가 팀 형성과 갈등의 전개, 목표달성의 과정으로 줄거리가 재구성 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서유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대한 비유로 일관되어 있고, 도를 찾아 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징한다.
손오공의 탄생과 삼장법사의 사명
거대하고 신비한 암석 틈에서 태어난 손오공은 구속받지 않는 성격과 뛰어난 능력, 반항적 기질로 자유로이 살다가 수렴동굴에서 미후왕으로 추대되어 신선처럼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근심이 싹트고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기 시작한다. 손오공은 나무꾼의 도움으로 영대방촌산(靈臺方寸山)에 있는 수보리(須菩堤) 조사를 만난다. 영대와 방촌은 모두 ‘마음’을 뜻하며 수보리는 ‘인생의 경지’를 뜻한다. 손오공이 마음 가운데서 죽음을 초월하는 신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수보리 조사는 정기신(精氣神)을 유지하는 것이 생사를 초월하는 길이라고 일러주니, 손오공은 생명의 힘인 정을 쌓고 기를 기르며 깨달음을 얻어 72가지 둔갑술과 10만8천 리를 날 수 있는 근두운을 부리는 공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재주가 많아진 손오공은 자신의 둔갑술을 뽐내며 거드름을 피우다 수보리 조사로부터 쫓겨나고 만다. 왜 수보리 조사가 손오공을 내쳤을까? 저자는 묻는다. “자네는 아들을 집에 가둬놓고 잘 가르친 다음 사회에 내보낼 생각인가?” 그리고 친구의 입을 빌어 답한다. “사회를 접해봐야 적응하는 법도 배울 것 아닌가”라고. 수보리 조사는 손오공의 성격을 잘 알고 그를 키우기 위해 그런 셈이다. 저자는 『서유기』의 매 장면의 이야기를 전하고 나서 이렇게 그 바탕에 깔린 의미와 비유에 대해 인재관리 차원에서 의미있는 해석을 내린다.
쫓겨난 손오공은 천궁을 뒤흔드는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 염라대왕과 힘을 겨루고 옥황상제에게 대적하다가 결국 석가여래인 부처님과 손바닥 벗어나기 내기를 하지만 지고 만다. 석가여래는 손오공을 붙잡아 오행산(五行山)에 가둔다.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은 세상에 존재하는 상생상극의 원리를 말한다. 손오공과 같은 뛰어난 인물이 있더라도 그 조직이 안정되게 성장하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부분에서의 저자 해석이다. 오행의 상생상극의 원리는 이러한 관리의 다섯 측면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금은 월급과 복지, 목은 직업인생, 수는 업무능력, 화는 관리제도, 토는 업무환경이다. 예를 들어 금생수(金生水)는 만족스러운 월급과 복지가 업무능력 향상을 촉진한다는 의미이며, 목극토(木克土)는 직원들이 미래의 경력개발에 신뢰를 갖지 못하면 회사분위기가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뛰어난 인력관리는 오행이 상생작용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전을 찾아 중생에게 전수하라는 사명을 석가여래로부터 받은 관세음보살은 삼장이라는 승려에게 석가가 내린 다섯 가지 보배를 건네며 대업을 부탁한다. 이 다섯 가지 보배란 금란가사 한 벌, 구환석장, 긴고아 세 개다. 긴고아는 손오공의 머리에 씌운 금테 고리이다. 이 긴고아가 있었기에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통제하여 조직을 이루고 그 조직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하여 대업을 이룰 수 있다. 삼장이라는 리더가 자신의 사명을 찾고 그 사명을 이룰 중요한 도구를 부여받은 셈이다. 이제 삼장은 조직을 만들고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
서역 원정팀 구성과 난관의 극복
오행산에 갇혀있던 손오공은 긴 세월동안 서역으로 가는 일행을 기다리다 드디어 삼장법사를 만나 제자가 되어 서역을 향해 떠나게 된다. 삼장으로서는 걸출한 인재를 만난 것이다. 삼장과 손오공이 맞닥뜨리는 첫번째 적들은 눈, 귀, 코, 혀, 생각, 몸을 상징하는 여섯 요괴들이다. 이들은 여섯 개의 감각 기관을 상징하는 이름을 가졌다. 눈은 즐거움을 찾고, 귀는 노여움을 들으며, 코는 향기를 추구하고, 혀는 생각을 흩트리고, 마음에는 욕심이 생겨나고, 몸은 근심에 좀 먹으니 어찌 이들이 서역행을 가로막는 산적들이 아니겠는가. 이 산적들을 물리치고 나니 이번에는 흑곰과 늑대, 뱀 요괴가 나타난다. 이들은 탐욕과 질투, 잔인함, 비방을 상징한다. 그 중에서 질투를 의미하는 흑곰 요괴가 가장 처치하기가 곤란했다.
위풍당당하고 준수한 천궁의 원수(元帥)였던 저팔계는 천궁의 상아 선녀를 탐하다가 옥황상제에게 쫓겨나 돼지의 얼굴을 한 반인(半人)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저팔계는 아홉 개의 발이 달린 쇠스랑을 들고 손오공과 대적하다가 이들이 서역으로 경전을 찾아간다는 것을 알고 일행에 합류한다. 저팔계는 재물과 여자, 먹을 것, 그리고 잠을 좋아한다. 저팔계는 게으르고 욕심이 많지만 열정적이고 활발하여 쉴 새 없이 떠들어대 일행에게 재미를 준다. 저팔계의 팔계(八戒)는 원래 불가에서 지켜야할 여덟 계율을 말한다. 높은 산을 넘어 다시 길을 가다 일행은 팔백리 거친 물길인 유사하 강을 만난다. 사오정은 원래 천궁의 규율을 감독하는 장군이었으나 수정잔을 깨뜨리는 바람에 벌을 받아 유사하에 떨어져 물의 요괴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유리잔을 깨뜨렸다는 것은 사오정이 율법을 깨뜨렸다는 것을 뜻한다. 사오정은 평화와 질서, 본분과 체면을 중시하며 소극적인 평화형의 인물이다. 유사하를 건너려면 소극적인 마음, 즉 사오정을 무찔러야 했다. 손오공과 저팔계는 사오정과 전투를 벌이지만 사오정 역시 결국 서역행 길에 합류하는 동지가 된다. 이로써 완벽주의자인 삼장, 행동형의 손오공, 명랑형의 저팔계, 평화형의 사오정이라는 네 명의 인물로 이루어진 팀이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성격이 서로 달라 탐스러운 것을 볼 때 저마다 태도가 다르고, 처치 곤란한 적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넷은 서역으로 가는 도중 매일 티격태격 싸우고 심지어 손오공은 삼장에게 대들다 쫓겨나서 화과산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서역으로 불경을 찾으러간다는 목표는 모두가 하나이다. 그래서 서로 갈등하는 가운데서도 다시 화합하고 힘을 뭉쳐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 삼장법사는 조직의 리더로서 손오공의 막무가내식 행동을 통제한다. 저팔계의 욕심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사오정의 소극성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각자는 자신의 재주로 고난을 극복하는데 기여한다. 행동형의 손오공은 자의식에 매몰되지 않고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의 호리병에서 탈출한다. 홍해아라는 분노의 요괴를 만났을 때는 평화형의 사오정이 냉정함을 잃지 않고 용왕을 모셔와 제압하는 아이디어를 낸다.
이들이 여행의 막판에 만나는 화염산은 지리적으로 투르판 분지의 중부 내부에 위치한 길이 98km, 폭 8km의 실존하는 산이다. 여름에는 지표면의 온도가 70도를 넘어 계란이 익을 정도라고 한다. 『서유기』 의 화염산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산으로 초조함을 상징한다. 이 화염산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파초선으로 고요함을 상징한다. 그런데 파초선을 갖고 있는 칠선공주는 기분을 의미한다. 파초선을 구하는 과정에서 난폭한 마음인 우마왕과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인 칠선공주를 상대로 일대 전투가 벌어진다. 서역행의 전 노정 가운데 화염산의 불길을 끄기 위해 파초선을 구하는 과정은 여정의 절정을 이룬다.
결국 화염산을 넘어 초조한 마음을 극복하고 물리적인 난관을 지나니 여인국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유혹을 한다. 매사에 충실한 완벽형의 삼장과 인간미가 있는 평화형의 저팔계가 유혹에 가장 약하다. 일곱 거미의 요괴는 삼장의 몸을 칭칭 감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고 만다. 일곱 요녀들은 자신의 양자인 일곱 곤충을 시켜 삼장을 지키도록 한다. 일곱 곤충은 장작, 쌀, 기름, 소금, 간장, 식초, 차이 일곱가지 생필품, 즉 가사(家事)를 뜻한다.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가는데 일상사에 묶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렵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나서 최후에 안주하려는 마음, 이 마음의 산을 넘어야 서역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행동형의 손오공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