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3D 산업

창조적 콘텐츠의 새로운 패러다임-3D가 던지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화두

영원한 울트라 2010. 5. 27. 14:02

지난 2009년 12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2010년 고화질 3DTV 실험방송의 성공적인 실시를 위한 '3D TV 실험방송 추진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입체TV를 앞다투어 출시하며 각각의 장점인 2D콘텐츠의 3D전환기술과 1천200개 LED를 배치한 직하방식의 풀LED를 앞세워 치열한 마케팅전략에 나서고 있다.

드디어 3D 콘텐츠를 내 집 거실에서 즐길 수 있는 '안방 3D TV'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소비자들은 비싼 3DTV값을 지불한 만큼 그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3D 콘텐츠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호 기사에서는 3D 산업과 관련된 3D 콘텐츠의 현재 모습들을 조명해 보기로 한다.


3D 콘텐츠의 산업의 발전 기술요소
3D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하드웨어 및 장비기술 산업이다. 카메라와 모니터, 프로젝터와 같은 영상장비, 대용량 저장 및 재생장비, 2D에서 3D로의 변환장비, 디스플레이, 극장용 시스템 등이 이에 속한다. 3D 장비는 3D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와 3D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장치가 있다. 그러나 3D 기술은 콘텐츠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항공사진 등 서비스와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데, 현재는 콘텐츠 제작 분야보다 의료와 항공과 같은 첨단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둘째, 소프트웨어 기술 산업이다. 3D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로 그래픽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렌더링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들이 있으며, 의학장비와 항공기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들도 모두 포함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로는 3D STUDIO MAX, Lightwave 3D, Cinema 4D, SOFT/webzine/0035/image 3D, Alias/Wavefront MAYA 등이 있는데, 이들 소프트웨어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원화뿐만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셋째, 부가기기 산업이다. 입체 안경, 블루레이와 같은 3D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저장수단으로 사용하는 부가기기 산업규모가 3D TV가 보급되면서 규모가 확장되어 이제까지의 틈새시장에서 벗어나 빅마켓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소위 ‘이건희 안경’으로 알려진 3D 안경은 15만원 대의 고가제품이지만, 3D TV 마케팅 바람과 함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3D 안경시장에 대해 글로벌 시장규모를 약 13조원으로 보고 있다.

3D는 공간의 상상력에 의한 결과물
그러나 앞서 나열한 3D 산업기술을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점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해내는 능력일 것이다. 무엇보다 3D 콘텐츠는 공간의 상상력에 의한 결과물이다. 기존의 2D콘텐츠들이 3D콘텐츠로 변신을 실패한 이유가 바로 공간에 대한 사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년 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기공룡 둘리와 같은 국가대표 캐릭터들도 3D시대에 맞는 변신을 추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2D와 3D 사이에는 양립되기 힘든 공간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새로운 상상력의 요구는 기존 2D 콘텐츠 제작자들을 당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상상력을 3D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이 바로 3D 공간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이 화두를 풀어야 참다운 3D 콘텐츠에 맘껏 상상의 날개를 다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3D 근본기술은 1850년대 발표된 양안교차방식
영화 (아바타)에서 보여준 CG기술의 발전은 3D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물론 (아바타)가 3D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아바타)가 3D 영화의 첫 작품은 아니다. 3D 원리를 활용하여 영화를 제작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3D기술의 핵심인 양안교차방식이라는 개념은 이미 1850년대에 논문으로 발표된 주제였다. 첨단기술로 알려진 3D의 근본 기술이 신기술은 아닌 셈이다. 1850년대에 발표된 입체영상과 관련된 논문들은 인간의 두 눈의 시각 차이로 인해 피사체가 입체효과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처럼 3D 영화는 인간이 두 눈으로 봄으로써 입체를 지각한다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3D영화는 두 대의 카메라가 입체효과를 낼 수 있는 정확한 각도로 찍거나 쌍둥이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하나는 왼쪽 눈을 다른 하나는 오른쪽 눈을 나타낸다. 즉 두 렌즈는 사람의 두 눈의 사이의 거리인 6.3㎝ 떨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 촬영된 영상은 두 대의 동시투사기에 의해 스크린에 투사된다. 이렇게 제작된 3D영상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편광된 안경을 끼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관객은 영상들을 현실적으로는 좌우의 눈을 통해 따로 보지만 실제로 두 개의 약간 다른 영상들이 관객의 정신에 의해 융합되기 때문에 입체 형태로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3D 원리를 영화에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은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한 이후에도 지속됐다. 최초의 3D 영화는 1952년에 미국에서 제작, 상영된 〈봐나 악마 Bwana Devil>였다. 이른바 서부 활극인 <봐나 악마> 이후로 몇 차례 비슷한 활극을 3D로 제작하여 상영했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나눠주는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작품 수준이 낮아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도 그리 좋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이 시리즈의 3D 영화는 제작이 지지부진해졌다.


3D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렇게 3D 시대가 조용히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3D는 그렇게 간단히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진듯 싶었지만 다시 살아났고, 다시 누군가에 의해서 시도되는 시험적인 과정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점진적인 발전이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3D 혁명은 소수에 의해 조용히, 그리고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3D TV의 출현과 (아바타)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 콘텐츠도 3D 콘텐츠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3D 세계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입체파 시대에 세잔의 그림 속 정물들이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2D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잔은 그런 면에서 3D 정신의 아방가르드적인 면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3D는 더 이상 단순히 2D의 랜더링 버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2D와 3D는 처음부터 다른 콘셉트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인상파 시대가 가고 큐비즘의 시대가 도래한 새로운 화파의 등장과 흡사하다.

사물을 질서정연한 구도와 비례를 통해 모방했던 일러스트레이트 정신에 이별을 고하는 대신에 하나의 오브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큐비스트들의 아방가르드적인 시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2D 중심의 사회에서 세계는 3D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증강 세계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3D 콘텐츠
콘텐츠 기획의 패러다임이 가상현실의 모방에서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세계가 접목되는 증강현실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실 세계를 흉내 내는 가상현실의 세계와는 달리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속에서 가상의 세계를 겹쳐놓음으로써 현실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해내는 증강현실은 분명 보다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다.

증강현실이라는 개념은 1990년 보잉사가 직원들에게 조립과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연구되던 증강현실이 세상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은 2009년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부터였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덩달아 증강현실은 주목을 끌었다. 지명과 건물의 정보를 보여주는 ‘wikitude’ ‘layar’, 인근 커피숍을 보여주는 ‘iNeedCoffee’, 별자리 정보를 알려주는 ‘Pocket Universe’ 등이 증강현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음식점 사진을 찍기만 해도 휴대폰에 메뉴와 가격정보가 표시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은 입체영상과 만나면서 현실은 보다 가상처럼, 가상은 보다 현실처럼 피어날 것이다. 3D 영상은 이러한 증강세계에서 더욱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
지금까지 3D 시대를 통찰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3D 시대를 진단해 나가보기로 하자. 전문가마다 3D 산업 발전을 위한 처방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의 의견을 정리해 보면 다음 세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

첫째, 제작 장비의 국산화가 빠른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물론이고, 오래 전부터 3D 관련 기술을 투자해왔던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지닌 3D콘텐츠들이 한국의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선진국들은 한국 기업의 뛰어난 3D TV를 구매해 시청해야 하겠지만,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콘텐츠는 한국인들이 우리 것을 구입해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방송현장에서 사용하는 3D 장비는 소니와 파나소닉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제품을 사용하다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용이 엄청나다. 따라서 방송장비의 국산화도 시급한 정책과제로 선정될 필요가 있다. 물론 장비의 국산화가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는 기대는 할 수가 없지만 국산화 장비를 위해 하루속히 지속적으로 성능과 품질을 개선시켜 나가야만 한다.

둘째, 콘텐츠의 양과 질 문제의 해결이다.
3D 콘텐츠 수요가 크게 늘면서 빠른 시간에 제작되는 수준 낮은 3D콘텐츠들이 양산되어 브라운관을 잠식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기존의 2D 콘텐츠의 랜더링 버전인 방송 콘텐츠들을 브라운관으로 내보냈을 때 선진국의 고급 콘텐츠의 눈높이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또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케이블 TV의 경우 한번 제작한 비싼 3D 콘텐츠는 재방영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3D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당분간 미국이나 일본 등 콘텐츠 선진국으로부터 콘텐츠 구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많은 케이블 채널들은 70년대 텔레비전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외화와 재방송 등으로 방영시간을 채울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도 자금이 어려운 많은 케이블 TV들은 재방송과 외화로 방영시간을 채우고 있긴 하다.

보다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위해 값비싼 3D TV 값을 지불한 소비자 입장에서 계속되는 재방영 콘텐츠만 감상해야 한다면 억울할 만도 할 것이다. 문화콘텐츠의 역조 현상의 가속화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따질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글로벌 시대에 국민의 문화와 정신을 고양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제작비용 및 3D 기술의 미비로 인해 3D시대에도 여전히 2D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3D 산업을 이끌고 나갈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문화콘텐츠 선진국에 비해 늦은 출발을 한 우리나라 콘텐츠 업체들이 일본과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3D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과 인력양성을 지원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제4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콘텐츠·미디어·3D산업'을 유망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정부가 5대 서비스 품목을 지원하기로 한 이유는 이들 산업을 지원함으로써 2,30대의 젊은 인력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유리하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중 3D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고가의 3D 장비·시설 및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중소기업이 저렴하게 3D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것, 또 1천억원 규모의 3D 전문펀드를 조성해 유망 3D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고, R&D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 정도이다. 3D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기반기술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R&D 지원을 2014년까지 올해의 배 수준인 400억원으로 확대하고 현재 연간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할리우드 CG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도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D 기기와 소프트웨어산업에서 2014년에 15조원 규모의 시장이 생기며, 4만명의 인력이 3D 산업에 새롭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지금까지 3D시대를 맞아 3D 시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3D 산업은 앞으로 우리 산업에 파급력이 큰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예전에 불었던 IT바람이 3D라는 이름으로 옷을 바꿔입고 다시 불어닥칠지도 모른다. IT혁명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켰듯이 3D혁명이 또다시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승현 광운대 교수는 “3D는 융합산업”이라고 했다. 3D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의 지도를 모두 바꿔놓을 정도로 산업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3D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그 폭발력이 적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일상의 바꿔놓을 3D 혁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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