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역량의 개념과 역량모델
1. 역량의 개념
역량(competence)이라는 말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기업경영과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해서 역량은 주로 조직이론이나 경영전략가들에 의해 개발되어 온 거시적 개념과, 조직 및 산업심리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미시적 개념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가 조직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기업전략의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원천으로서 역량을 바라보고 있고, 후자는 종업원 개인의 관점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개인의 특질을 그 분석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양자가 모두 역량을 평균적인 성과를 초과하는 우수한 성과를 발휘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보여주는 중요한 특질이나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가. 기업전략과 핵심역량1)
우수한 성과를 내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이 가지지 못한 나름대로의 특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경영의 핵심은 자기 기업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여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매우 일찍부터 적지 않은 저자들에 의해 주장되어 왔다. 이미 1950년대에 셀즈닉(Selznick, 1957)은 회사의 인력이나 과거 경험과 같은 내적 요인들이 기업전략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소프(Ansoff, 1965) 역시 전략론의 고전인 기업전략론(Corporate Strategy)에서 역량을 중시하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사의 역량이나 자원들에 대한 자세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경쟁사의 것과 비교하여 자사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통해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 경영대학에 있었던 런드 등(Leamed et al., 1965)은 기업의 경쟁우위는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특별히 잘하는 차별적인 역량(distinctive competence)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관점은 후에 SWOT(Strengths, Weakness, Opportunities and Threats) 접근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1970년대에 기업이 지닌 역량에 대한 관심은 전략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기업의 내부 역량보다는 시장의 특성과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회와 위협을 파악하는 관점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터(Porter, 1980/1985)의 경쟁전략과 BCG의 포트폴리오 접근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도 헤이(Hayes, 1985)와 이타미(Itami, 1987) 같은 저자들은 기업이 보유한 역량의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헤이는 일단 이상적 전략을 세워 놓고 그 후에야 기업의 능력을 검토하는 전략수립 방식을 비판하면서 역량을 먼저 파악하여 개발한 후에 그러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타미는 기업의 강점인 무형자산에 기초한 전략수립과 실행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무형자산은 기업의 명성, 브랜드 네임, 기술적 능력, 고객 충실도 등과 같이 재무지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원천이 되는 자산이며 그러한 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기업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역량을 강조하는 관점은 1980년대 중반 자원의존이론(resource based theory)의 등장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얻게 되었으며 정교한 이론적 틀을 갖추게 되었다.
자원의존이론은 왜 기업들이 서로 상이한 전략을 추구하며 상이한 성과차이를 보이는가에 대한 설명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자원에서 찾고 있다. 자원의존이론의 대표적 저자인 바니(Barney, 1995)에 따르면 각 기업은 나름대로 독특한 역사와 문화, 성장단계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고유한 자원의 집합을 가지게 되며 그러한 자원이 경쟁우위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 때 자원은 회사의 자산이나 지식, 정보, 능력, 조직의 특성과 관리 과정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으로서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있으며 모방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입장은 동일한 경쟁환경에 속한 기업들 중에서 성과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따라서 자원의존이론에 따르면 기업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이러한 독특한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개발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되게 되며 그러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바로 조직의 핵심역량으로 간주되며 현재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중요하게 된다.
나. 인적자원관리와 역량2)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해서 역량개념은 주로 조직 및 산업심리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어 온 개인 수준에서의 역량개념이다. 심리학 영역에서 역량이라는 개념은 맥클러랜드(McClleland, 1973)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능검사보다는 개인이 인생에서 수행하는 직무에서 실제 성과로 나타나는 역량평가가 더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학업적성검사나 성취도검사들이 업무 성과나 인생에서의 성공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분명한 성공을 거둔 사람과 평균적인 사람을 비교해서 성공과 관련된 특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균적 대상에 비해 성공적인 사람을 비교함으로써 성공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징을 파악한다는 생각은 그 이후에 나타난 역량과 관련된 모든 논의들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역량개념은 업무 성과와 관련된 광범위한 심리적 또는 행동적 특성으로 정의되었으나 그 후에 우수 성과자와 평균 성과자를 구분해 주는 지식, 기술, 능력, 기타 특성으로 발전되어 왔다(Mirabile, 1997). 보야치스(Boyatzis, 1982) 역시 역량을 직무에서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인 성과를 발휘하는 개인의 잠재적인 특성으로 보고 있다. 그의 정의 자체는 맥클러랜드나 스펜서-스펜서(Spencer and Spencer, 1993)와 거의 유사하나 맥클러랜드의 역량연구를 관리자들에게 적응하여 2000여개의 샘플을 사용하여 관지자의 역량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편 스펜스-스펜서는 맥클러랜드의 기본개념을 보다 구체화해서 특정한 상황이나 직무에서 구체적인 준거나 기준에 비추어 평가했을 때 효과적이고 우수한 성과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들은 맥클러랜드가 제시하는 역량의 기본 개념을 따르면서도 역량을 내적 특질(underlying characteristics), 성과의 원인(casually related), 준거기준(criterion related)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 때 내적 특질이라는 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개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개인성격의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측면을 말하며, 성과 원인이라는 것은 역량이 행동이나 성과의 원인이며 행동과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준거기준이란 역량이 개인의 우수성을 구체적인 준거나 기준에 의해 예측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저자들의 최근 정의들 역시 스펜서-스펜서의 정의와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따라서 역량이란 특정한 상황이나 직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게 하는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질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다. 조직역량과 직무역량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되는 역량은 미시적 관점에서의 직무역량이다. 인적자원관리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성과에 관심이 있으며 우수한 성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무엇인지가 일차적인 관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역량 역시 인적자원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역량개념을 제공한다. 조직역량이 바로 전략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스페로우(Sparrow, 1996)의 역량 구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역량을 조직역량(핵심역량), 관리역량, 개인역량(직무역량)으로 구분하고 이러한 역량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중첩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구분에 있어 조직역량은 모든 종업원들이 공유해야 하는 역량이며, 관리역량은 개인직무가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이며, 개인역량은 개인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역량을 의미한다.
<표 Ⅱ-1> 스패로우의 역량 구분
[그림 Ⅱ-1] 조직역량 및 개인역량의 통합과 성과
조직역량과 개인역량을 그러한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조직역량과 직무역량은 [그림 Ⅱ-1]에서 나타나 있듯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기는 하지만 일정한 중복 지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직무역량과 조직역량을 각각 개발하고 강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동시에 조직역량에 연계된 직무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역량에 기초한 인적자원관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직무나 직군 공통의 역량을 파악하는 동시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조직역량 차원을 설정하여 양자를 통합한 역량모델을 구축하여 활용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그러한 역량모델을 활용해 인적자원관리를 실시하는 것이 역량중심의 인적자원관리라고 할 수 있다.
주석1) 기업전략과 핵심역량에 관한 자세한 논의들은 Campbell and Luchs(1997)을 참고하라.
주석2) 미시적 개념의 역량의 정의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박동건(2001)을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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