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방송통신정책

스마트 IT 시대에 바람직한 통신망 정책방향은?

영원한 울트라 2010. 10. 13. 17:07

스마트폰, 스마트TV, 클라우드 컴퓨팅 등 스마트IT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데이터 폭발 등 네트워크가 핵심이슈로 부상했다. 스마트IT 활성화 및 IT강국 재도약을 위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네트워크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통신 환경변화를 진단하고 미래지향적 네트워크 패러다임 전환 및 정책방향 모색하기 위한 정책 ·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손승원 손승원 ETRI 융합기술원 연구위원)=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IT가 활성화되면서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스마트IT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에 대한 진단과 세계 동향과 이슈를 점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한국의 정책 방향과 실행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겠다.

△염용섭 SK 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스마트폰은 그동안의 정부 통신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사업자들 역시 이같은 변화가 좋은 측면도 있지만 어려운 숙제를 가져다준 측면도 있다. 트래픽 해결이 가장 큰 문제고 스마트IT 시대가 개방을 지향한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연철흠 LG유플러스 NW연구담당 상무=스마트폰이 데이터 폭발을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업자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통신망 확충에 투자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통신망 확충보다는 적은 투자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김효실 KT CR부문 상무=스마트폰 보급이 올해 말 6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TV, 스마트 워크 등 스마트폰 이상의 엄청난 트래픽 증가를 가져올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또 통신시장의 가치사슬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의 영역 확장에서 알 수 있듯 이제는 통신시장을 놓고 국내 통신사업자들만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지형 ETRI 기술전략연구본부 서비스정책연구부 부장=앞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했듯이 스마트IT의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데이터 폭발이다. 특히 무선은 데이터 폭발이 훨씬 심각하다.

스마트폰 이후 데이터가 연간 108%씩 증가할 전망이다. AT&T는 2006년 스마트폰 공급 이후 현재 50배 이상의 트래픽이 증가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차원의 통신망 확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승권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스마트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그림은 인터넷이 블랙홀처럼 유선전화, TV, 무선전화 등 모든 서비스를 흡수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전화, IPTV, 무선전화 등의 네트워크가 따로 존재했다면 앞으로는 이들을 모두 혼합, 수용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기술적인 진화, 사업자 생존 전략 등이 향후 10년은 이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사회=스마트IT 전략을 위해 데이터 트래픽의 폭증과 이로 인한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점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얘기하자.

△염용섭=투자재원 마련이 가장 큰 고민이다.

네트워크 투자의 핵심인 유선 부문의 투자재원을 만들어냈던 수익원인 일반전화(PSTN)는 한계에 달했다. 무선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통신비용 지출이 많아졌다고 생각하지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가입자당매출(ARPU)이 늘지 않았다.

망중립성 이슈도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포털 등의 인터넷사업자도 네트워크 투자의 일부를 감당하라는 게 이슈의 핵심이다. 단순히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을 키우는데 협력하자는 개념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성장하려면 네트워크도 건전해야 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개방형 시대에 걸맞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엮어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 문제가 꼬이면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회=유선 네트워크 투자를 위한 재원 고갈, 무선에서는 실질적인 이익 창출의 한계 등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태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효실=데이터 폭발에 대비한 네트워크 투자를 위해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왜곡돼 있다. KT는 기업가치가 하락하는데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매출 20조원인 KT와 매출 1조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같다.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통신사업자가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해외에서도 사업자 간 자율에 의해 구글 등이 광고 매출의 일부를 네트워크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함께 발전하기 위해 정당한 사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물론 망에 대한 차별 없는 사용이 전제돼야 한다.

△사회=네트워크 투자를 위한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에 통신사업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연구개발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지형=통신사업자의 문제는 투자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은 통신사업자 매출 정체, 무임승차에 의한 투자 동기부여 상실 등이다.

제한된 네트워크 용량에서 많은 트래픽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플랫폼이나 콘텐츠사업자들은 전용회선과 서버 비용만 지불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네트워크 비용 지불은 없다.

가입자망과 백본망은 통신사업자가 부담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신사업자 누구도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IT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혜택을 받는 부문도 함께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승권=비슷한 생각이다. 네트워크와 도로가 많이 비유된다.

네트워크하고 고속도로 사용을 비교하면 도로를 사용할 때는 큰 차는 많이 내고 작은 차는 조금 낸다. 하지만 통신망은 출입구만 달리 해 놓은 상황이다. 출입구를 특정사업자가 사버리면 자동차를 1대나 1000대가 똑같다.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허성욱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기획보호과장=그동안에는 정부 주도의 정책이 필요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 인프라를 빨리 깔아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스마트TV 시대가 되면서 한국은 갈라파고스가 됐다.

새로운 게임의 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역할도 이전 10년과는 달라야 한다. 이전처럼 앞서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부담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여 상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의 진짜 고민은 클라우드 등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농어촌 등 통신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보안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문제다.

이제 정부는 투자 등 사업자보다는 이용자 입장에서 IT를 가장 잘 쓰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스마트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의 핵심이다.

△사회=혁신적인 네트워크 투자가 필요하단 점에는 공감하는 것 같다. 제일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가.

△박승권=스마트 네트워크에서 가장 큰 비용분담이다.

스마트TV가 도입되면 비디오가 5배 이상 늘어나는데 이를 위한 투자는 누가 할 것인가. 투자하면 통신사업자는 어떤 수익이 발생하나. 오히려 스마트TV가 잘되면 IPTV 수익이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업자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사업자들이 할 수 없다면 정부가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도 있다.

△이지형=요금 정책은 이용자 간 형평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용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불법적인 P2P 등에 대한 대책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요금제를 포함해 이용자의 선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요금제 변화도 필요하다.

△김효실=역시 당면과제는 P2P다. 특정 사용자에 의한 네트워크 독점의 피해는 제어가 필요하다. 대다수 가입자의 품질 관리를 위한 적당한 수준의 트래픽 제어가 필요하다. 포털 등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연철흠=생태계 차원에서 소외되는 중소 제조업체도 고려해야 한다.

요금도 계속 낮춰야 하고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면 투자비를 줄여야 한다. 결국 이 부담은 중소 제조업체로 간다.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염용섭=이전의 통신망 정책은 통신망 확충과 업그레이드였다. 하지만 스마트IT는 무조건적인 통신망 확충이 아닌 스마트한 통신망을 고민해야 한다.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단말, 서버, 이를 총괄하는 소프트웨어 등 넓은 분야로 눈을 돌려 다양한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또 생태계 측면에서는 협력적 경쟁, 공진행 등의 키워드를 염두에 둬야 한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사회=네트워크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상생 모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스마트 워크에 대한 정책 발표가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토론회는 이 같은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해결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