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인에 물었다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는 해법 아니다”
[‘지상파-케이블 재송신’논쟁 어떻게]
2010년 10월 14일 (목) 16:20:49
김수정 기자 ( rubisujeong@mediatoday.co.kr)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지만 해법은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간 재송신 논쟁 말이다. ‘사업자간 이해관계 첨예’, ‘치킨게임’, ‘팽팽한 대립’, ‘시청자 볼모 공전 되풀이’ 등의 단어가 기사 서두를 장식했고 시청자 불안은 커졌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면서 지상파-케이블 사업자는 협상에 들어갔지만 해결방법을 놓고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미디어오늘은 지상파 방송 재송신 논쟁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학계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핵심은 ‘지상파-케이블TV 간 논쟁 해법’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는 해법이 아니다(강명현 교수 제외). 둘째, 의무재송신제도나 재송신 동의제도 또는 이 둘의 절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일단 사업자간 협의와 방통위 중재로 광고 중단 사태를 막고, 재송신 정책의 제도적 미비는 추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인터뷰는 강명현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나다 순)를 대상으로 했다.
“사태 악화되면 모두 패자 … 일단 방통위 중재 중요”
“무료 지상파 보편적 접근권 보장 시청자 권익 우선돼야”
“의무재송신과 재송신 동의제 절충안도 방법”
“재송신 저작권료 지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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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악화될 경우, 시청자,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TV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방통위 중재로 일단 사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조이기도 하다. 협상이 결렬되면 시청자는 광고 중단으로 시청권을 침해당하고, 케이블TV는 가입 해지 사태 또는 약관 위반에 따른 소액 집단 소송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 역시 광고 삭제에 따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무료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보편적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모든 논리에 앞선다”며 “규제 당국은 사업자들의 주장 중 무엇이 시청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옳지 않아…필요하다면 KBS2만”=지상파 재송신 논쟁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의무재송신 채널을 현재 KBS1, EBS에서 타 채널로 늘리는 것을 방법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무재송신 채널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KBS2는 방송법 개정(제78조 제 2항)을 통해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MBC와 SBS까지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이들 방송사의 기본권 침해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MBC와 SBS는 동시중계방송권을 보장받고 있는데 이를 방송법에서 제한할 경우 국가에 의한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간 분쟁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제도개선 논의는 장래효를 전제, 별도로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는) 앞으로 유료방송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 지상파를 송신하는 것이 부담되는 시점에서 논의가치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만약 의무재송신 채널을 늘리고 나머지 채널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수신료를 사용하는 KBS2 정도만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이 문제가 된다고 이들 채널을 의무재송신 채널에 포함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성도 없고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KBS1과 EBS, 공익 채널사용사업자(PP)를 제외한 채널의 경우 재송신 협의의 대상이 되는 게 원칙상 타당하다 의견이다. 윤 교수는 “재송신 협의에 있어서 지상파 채널과 다른 PP들을 동등하게 취급할지, 차별적 정책을 적용할지가 실질적인 문제인데 개인적으로는 차별화시키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상파는 여전히 국민이 즐겨 시청하는 중요한 채널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시청권이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무재송신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명현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재송신 동의제도는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성향이 강한 한국 사정에는 잘 맞지 않는다”며 “의무재송신 채널을 지상파 방송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재송신+재송신 동의 등 대안 될 수도=윤 교수는 의무재송신제도와 재송신 동의제를 절충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상파 방송사가 의무재송신과 재송신 동의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의무재송신을 택할 경우 유선방송사업자(SO)의 채널로 포함되지만 보상은 없고, 반면 재송신 동의제를 선택하면 사업자 간 협의에 의해 대가를 전제로 재송신이 이뤄진다. 물론 후자의 경우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재송신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윤 교수는 ‘선의에 기초한 협상’을 전제로 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이들 제도의 절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단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권리가 인정됐기 때문에 케이블TV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문제는 의무재송신 제도와 재송신 동의제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라며 “권역 내에서는 케이블TV의 재송신을 수신보조행위로 인정해주고, 권력 외 재송신은 재송신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재송신 동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고민수 교수는 “현행 방송법과 저작권법 해석상 제송신 동의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용허락과 대가 요구가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별도의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고 교수 의견이다.
▷재송신에 따른 저작권료 지급하되, 금액은 중재기구서=하주용 교수는 강제 허락제도(저작권자의 권리는 인정하되 사용자가 일정한 금액을 공탁하고 사용하는 방법)와 SO가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 관련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법이 법원 결정 취지에 맞다는 견해다.
하 교수는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에 상징적인 수준에서 대가를 지불하고 향후 사회적 차원에서 ‘방송 저작권 중재 기구’를 설립해 적정 재송신료를 산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해 놓고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해 제도화하자는 의견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송 저작권 중재기구를 설립한다면 합리적인 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가입자수를 기준으로 한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간 케이블TV의 난시청 해소 역할을 인정해서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에 한해 재송신 동의제도를 실시하되, 저작권료 결정은 양 당사자의 문제로 방관할 수는 없다”며 “방통위의 개입으로 적정선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은 일반적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이뤄지기보다는 흔히 갑과 을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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