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잇는 전시…’전
재미있는 일상의 단면을 작품으로 승화한 재치있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모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김경민·신치현·정국택 세 사람이 참여한 ‘잼잇는 전시…’전. 이 전시회는 관람 도중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만큼 재미있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일차적으로 어려운 미학이나 예술적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일상적 모습을 재미있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생활의 작은 재미에서 일상적인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잘못된 수많은 습관으로 우리네 삶의 깨달음을 얻게 하고자 하는 작가의 목적이 얻은 힘이다.
김경민의 ‘습관’은 특히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변기에 올라 앉은 여자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고정관념과 뒤틀린 습관들을 지적하며 인간의 참모습을 되새기게 한다.
반면 신치현의 작업은 아주 치밀한 계산과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은 입자(큐브)나 많은 픽셀(조각)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재생산해 나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람 거리나 위치에 따라 입자가 중심이 되기도 하고 픽셀이 더욱 눈에 띄기도 해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런 작품을 여기저기에서 보며 새로운 이미지 찾기를 하는 것도 재미가 솔솔하다.
정국택 역시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표현방법을 택해 감상자로 하여금 친숙함과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그러면서도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과 그 와중에서도 도전과 꿈,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이중적 모습을 풍자와 위트로 새롭게 연출한다. 전시는 3월14일까지. (02)739-1666
- ‘생소한 일상’ 뛰어난 순간포착 -
◆노석미의 ‘Unfussy Life’전
까만 산 사이로 난 붉은 길, 노란 하늘과 흰 산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파란 집, 노란 눈망울을 가진 분홍빛 고양이, 초록 풀밭 위에 서 있는 흰 운동화를 신은 다리…. 노석미의 페인팅 작업에는 단순함 속에 환한 추억이 담겨 있다. 갤러리 쌈지에서 열리고 있는 7번째 개인전 ‘Unfussy Life’전에서도 이같은 작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노석미는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은 페인팅과 드로잉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작가다. 원색적인 화면과 특별한 기교가 없는 듯한 드로잉과 페인팅 작품에 간결한 텍스트가 들어간 그의 작업은 자신 주변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엮어 다른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데 탁월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캔버스에 아크릴을 이용한 페인팅 작품 20여점과 종이에 연필 드로잉 10여점. 주로 일상적이고 단순한 이미지의 편린과 작가 자신의 내레이션과도 같은 짧은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일상의 어느 생경한 순간을 포착한 뒤 작가만의 은유로 표현한다. 전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02)736-0088
〈황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