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아리아드네의 진실

영원한 울트라 2006. 5. 22. 13:22

    TINTORETTO(1518-1594), Ariadne, Venus and Bacchus, 1576

    미노스는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낳은 머리는 소이고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 즉 라비린토스에 가두고 해마다 아테네의 소년 소녀 7명씩을 제물로 바치게 하였다. 이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없애려고 제물로 거짓 꾸미고 크레타섬에 왔다. 테세우스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아리아드네는 그의 몸에 실을 묶어 주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없앤 테세우스는 그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빠져온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딸아리아드네와 함께 그곳을 떠나 낙소스 섬으로 갔다. 그러나 공주 아리아드네는 이 섬에서 아테나이로 가지 못했다. 테세우스가 공주를 이 섬에다 남겨두고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공주가 홀로 섬에 남아 팔자를 한탄하고 있는데 디오니소스 신이 나타난 공주를 도와주었다.
    디오니소스 신은 공주의 머리에서 사랑의 선물로 준 화관을 벗겨 하늘로 던져 올렸다. 영원한 영광의 징표인 별자리로 박아주기 위해서였다. 화관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거기에 박혀 있던 진주는 별이 되었다. 별들은 곧 하늘에 화관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릎을 꿇은 헤라클레스자리와 뱀을 쥐고 있는 오피우코스자리 사이에 있는 별자리가 바로 이 왕관자리이다.

    아리아드네가 아버지를 배신했듯이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배신한 것일까? 조국과 아버지 미노스 왕을 배신한 죄를 물어 아테나 여신은 테세우스로 하여금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다 버리고 가게 한 것일까? 아테나 여신은 이로써 정의를 곧추세우고 싶어했던 것일까?


    John William Waterhouse,Ariadne, 1898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가장 가까운 신은 잠의 신 휘프노스다. 그래서 잠의 신 휘프노스는 종종 '작은 타나토스'로 불리기도 한다. 신들 중에서 해마다 죽었다가 부활하는 신이 있다. 바로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포도의 수확이 끝나면 죽었다가 포도 싹이 돋으면 부활한다는 신이다. 술에 취하면 사람은 곯아 떨어진다. 곯아떨어진다는 것은 곧 잠든다는 뜻이다. 테세우스가 기항한 섬이 낙소스 섬이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낙소스 섬은 디오니소스의 신전이 있는 디오니소스의 거룩한 섬이다. 아무래도 테세우스가 이오니소스에게 아리아드네를 빼안 것 같다.

    위 그림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테세우스의 배는 낙소스 섬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표범들이 벌써 아리아드네 옆에 모여 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아리아드네의 나른한 표정이 돋보인다.




    Titin, Bacchus and Ariadne, 1523-24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와 결혼하면서 금관을 선물로 주었다. 아리아드네가 죽은 뒤에 그 금관을 하늘에 던져 별자리가 되게 하였는데, 이것이 북쪽 왕관자리라고 한다.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며,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1912)도 그 중 하나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3>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