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전시소식

최형양 개인전

영원한 울트라 2006. 6. 17. 23:09

최형양 개인전

공간 이상의 공간 '耽羅의仙界'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2006년 6월 21일 ~ 6월 27일

하나로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194-4 하나로빌딩 지하1층

www.hanarogallery.com

 

초대: 2006년 6월 21일(수) 오후 6:00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공간 이상의 공간

바다를 바라본다.

내가 서 있는 이 섬. 파도가 출렁여 닿을 때마다 한 폭의 그림이 출렁인다. 섬은 분명 제한된 공간이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과 풍경은 공간 이상의 공간을 만든다. 신이 빚어낸 신비한 경관을 내 눈에 담고 다시 화폭에 올려진 그림을 바라본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넋을 잃다가 문득 깊은 고뇌에 빠진다.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둔 조형적 언어들을 깊게 토해내지 못한 채 기교적인 억지만 화폭에 남은 건 아닐까 반문한다. 제주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깊게 각인돼서일까? 아니면 제주의 모습에 제주만의 객관적인 기준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조형 언어 중에 그런 것들이 빠진 것일까?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나의 이런 문제는 의욕만 앞서 제주를 너무 가벼운 접근으로 다가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낳곤 한다. 제주의 문화와 살아온 역사적 흔적들, 삶의 환경과 생활에 대한 인식. 이러한 문제를 덮어놓고 주위 환경의 독특함에만 매료되어 너무 쉽게 접근해 왔던 것 아닌가 늘 반추한다. 내가 만일 제주의 향토색과 토속적인 문화와 전통을 깊게 이해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쉽게 얻을 수 있을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의문이다.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들을 깨닫고 인식하기까지는 제주에 정착한 뒤부터 2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이제 조금씩 느껴진다. 제주의 자연과 풍경 속에는 아름다운 모습들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내어 나의 조형적 에너지로 만들어서 화면 위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에 지난 모든 갈등과 불만 그리고 나를 괴롭히며 고민했던 그 시간들이 그저 소모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에 머문다.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표현을 위한 내면의 강한 욕구였을 지도 모른다.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이제는 잠시 붓을 놓을까 한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더 깊이 여행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정리하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특히 초가와, 제주의 역사와 함께 해온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돌담들과 모진풍파와 해풍의 시달림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그 자리를 지키는 해송들과 괴이한 형상의 나무들, 이제부터는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과 대화하며 아픔을 함께하고자 한다. 기쁜 마음으로 제주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또 다른 공간을 찾아 나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 이 아름다운 자연들을 다시 한번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해 보리라.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모든 군더더기를 없애버리고 대자연의 신비를 선계(仙界)의 모습으로 재조명 해보고 싶다. 그 세계가 어쩌면 바로 우리 현대인이 꿈꾸는 이상의 세계 즉 파라다이스,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그래서 그 세계를 탐라의 仙界로 설정해 놓고 그 세계로 뛰어 들어가 마음껏 정신적 자유를 만끽하며 현실에서의 불만과 고민들을 말끔히 털어내 보려한다.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이렇게 설정된 공간들 속에서 仙界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며 미술적으로 얼마만큼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삶의 무게로 눌리고 힘든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안식처가 되길 희망한다.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 가야할지 그리고 거기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할지가 나의 과제로 남는다. 이제 나도 저 해송처럼 바람 따라 허리를 굽히리라.

- 최형양 작가노트 중

耽羅의仙界, 종이에 수묵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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