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화가와 영화

영원한 울트라 2007. 5. 6. 11:50

 

 

천재화가들의 삶 궁금하시죠?
…피카소’‘바스키아’등 사생활 그린 영화 붐…예술혼보다 연애 性 초점


위대한 화가들의 삶을 영화로 제작한다는 생각은 일찍부터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던 모양이다.

 

 



 

1930년대 「렘브란트」를 시작으로, 퍽이나 많은 화가영화들이 스크린을 탔다. 커크 더글러스가 반 고흐 역할을 맡고 앤터니 퀸이 폴 고갱역을 연기한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1956년작 「삶에 대한 욕망」(Lust for Life), 찰턴 헤스턴이 미켈란젤로로 분하고 화가의 대표작인 저 유명한 천장화 「천지창조」가 있는 시스틴 성당에서 촬영한 캐롤 리드 감독의 「고뇌와 절정」(The Agony and the Ecstasy) 등은 그 가운데 기억할 만한 수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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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에 주목…그림 그리는 장면 거의 없어
물론 목록은 그후로도 지금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비록 영화수준은 들쭉날쭉이라 해도 말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카라바지오를 비롯해 모딜리아니, 카미유 클로델, 뭉크, 툴루즈-로트렉과 앤디 워홀에 대한 작품 등이 끊이지 않고 제작됐 다.

반 고흐 한 인물에 대한 영화만도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1990년작 「빈센트와 테오」부터 폴 콕스 감독의 만화영화 「빈센트」 까지 10여편을 헤아릴 정도다.

그런데 기존의 이런 화가 영화들은 대부분 대중적인 작품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용 혹은 예술영화적 성격이 강했다.


이에 반해 최근 시도되고 있는 영화들은 예술가의 초상을 다루되 보다 많은 관중을 겨냥하는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는 우선 평면적인 찬사 위주의 전기와는 거리가 멀다. 화가들은 영화에서 위대하고 초인적인 예술가로서보다는 일반인과 똑같은, 혹은 그보다 못한 결점투성이의 인간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나 개인적 비극, 돈 명예 마약이나 비정상적인 연애와 성관계에 대한 탐닉 등이 예 술보다 더 중요한 비중으로 취급되곤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2년 사이 제작되거나 제작중인 작품들로 예술가들 이면의 삶을 그려낸 영화들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거기서 사례로 든 것은 크리스토퍼 햄튼 감독의 「캐링턴」(Carrington·95년작),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서바이빙 피카소」 (Surviving Picasso·96년), 화가 겸 감독인 줄리안 슈나벨의 「바스키아」(Basquiat·96년), 그리고 현재 제작중인 「사랑은 악마」 (Love is the Devil) 등이다.

 




「위험한 관계」「메리 라일리」「토털 이클립스」 등의 시나리오를 쓴 햄튼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 「캐링턴」은 영국의 여류화가 레오노라 캐링턴(1917~)과 작가인 리튼 스트래치(1880~1932)의 관계를 그린 작품.

「서바이빙 피카소」는 파블로 피카소와 연인 프랑수아즈 질로의 10년에 걸친 관계를 담았으며, 「바스키아」는 1988년 마약 남용으로 요절한 뉴욕의 젊은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불꽃같은 생애를 그렸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회고전이 열린 바스키아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인데, 이 영화에서는 가수 데이비드 보이가 워홀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밖에 내년초 완성될 예정인 「사랑은 악마」는 프랜시스 베이컨이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에겐 비교적 덜 친근한 편이지만 1960년대 중반 영국의 가장 뛰어난 전후시대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영국의 감독 겸 대본 작가인 존 메이버리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베이컨과 그의 동성연인 겸 모델로 7년간 격정적인 관계를 지속하다 1971년 자 살한 조지 다이어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얼마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푸른숲)에서도 지적돼 있듯, 예술가의 창작에 그 동반자 (이성이든 동성이든)가 끼치는 영향이란 그것이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간에 엄청난 것이다.

따라서 한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를 이해하는데 동반자의 연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고, 최근 제작되는 영화들이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 한국영화로는 ‘이중섭’이 유일
물론 그들의 예술이 없었다면 그들의 개인적인 삶의 드라마와 자기파괴적인 행동들은 무모하며 심지어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비쳐 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극적인 고통이나 내적인 혼란은 때로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화가의 창조성이나 천재성을 헤아리는 것보다는 그들의 인간적 고통을 이해하는게 훨씬 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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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빙 피카소」를 만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흥미로운 건 그들의 삶이 어떻게 그들의 예술을 형성했으며, 무엇이 그들의 예술을 그와 같이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예술 외의 삶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영화상에서 본격적으로 그림그리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서바이빙 피카소」와 「캐링턴」도 그렇고, 「사랑은 악마」에서도 베이컨은 이젤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술과 도 박, 요리를 하거나 권투와 섹스를 즐기는 시간이 더 많다.

「바스키아」는 명성과 돈과 욕망이 결국 어떻게 젊은 화가를 망가뜨리는지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한편 이런 영화들은 실존인물, 더구나 비교적 가까운 20세기의 인물들을 그리기 때문에 시나리오작가나 감독들은 화가를 알고 기억하는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화가 본인에 대한 주변의 상반된 평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부딪 치게 된다.

한편 실존인물에 관한 영화에 출연하는 주역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사랑은 악마」의 주역을 맡은 셰익스피어 배우 데렉 자코비는 베이컨의 생존모습과 너무나 흡사해 고인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엑스트라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앤터니 홉킨스는 거장 피카소를 연기하기 위해 「서바이빙 피카소」에서 20파운드(약 9kg)의 몸무게를 줄여야 했으며 머리칼을 면도하고 어두운 콘택트렌즈를 꼈다.

「바스키아」에서 제프리 라이트는 그 예술가의 용모는 물론 버릇까지 그대로 빼다박았다는 평을 들었다.

「캐링턴」에서 엠마 톰슨은 엠마 톰슨으로 보이는 반면, 상대역 조너선 프라이스는 리튼 스트래치의 사진과 매우 닮아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실존인물을 그린 화가영화는 그리 활발하게 소개되지 못했다.
이전 작품들 가운데 「반 고흐」와 「빈센트와 테오」 정도가 있는데 「빈센트와 테오」는 비디오로만 출시됐다.

근작인 「서바이빙 피카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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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는 수입자측의 문제로 일반에 공개되지 못했다. 비교적 흥행이되었다 할 만한 경우로는, 브루노 뉘탕 감독의 88년작으로 이자벨 아자니가 카미유 클로델을 맡고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로댕 역으로 출연한 프랑스영화 「카미유 클 로델」을 꼽아볼 수 있는 정도다.

『화가에 관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프랑스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수용은 물론 제작도 적극적이지 못한 편이다. 한국영화 로는 [이중섭]이 아마 유일한 경우일 것이다』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말했다.

어쨌든 당분간 화가영화 제작은 계속될 것 같다. 늦가을 착수될 로버트 슈나이더 감독의「프리다」는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를 다룬 작품인데, 최근 급부상하는 멕시코 여배우 셀라 헤이엑(데스페라도의 여주인공)이 주역을 맡기로 했다.

이밖에 렘브란트에 대한 새 영화가 샤를 마통 감독 지휘로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마통 감독은 본인이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메피스토」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출연했던 독일 배우 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 어가 이 네덜란드의 거장을 불어로 연기한다.

1956년 자동차 사고로 죽은 잭슨 폴록의 전기영화도 새로 나올 예정이다.

「아폴로 13」과 「닉슨」에 출연했고, 스스로 폴록과의 신체적 유사성을 고백하고 있는 에드 해리스 가 이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역을 맡게 된다.

조지아 오키프와 모딜리아니에 대한 작품제작도 거론되고 있는데, 특히 조지아 오키프 역에는 미셸 파이퍼가 흥미를 보이고 있다 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