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 고지'

영원한 울트라 2007. 6. 26. 11:20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 고지'
난데없는 소식에 놀라고 당황하는 마음

1333년, 265 X 305 cm,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

★ 오늘의 주제 - 충격

나사렛 마을에 사는 처녀 마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착한 성품에 얼굴도 예쁜 마리아를 입을 모아 칭찬했지요.

그런 마리아에게 어느 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요. 하느님의 대천사인 가브리엘이 갑자기 마리아를 방문해 '곧 아기를 갖게 될 것이며 그 아이의 이름을 예수로 부르라.'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 준 것입니다. 너무나 뜻밖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어요. 순결한 처녀에게 난데없는 임신 소식이라니요?

이렇게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 '수태 고지' 장면은 성서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순간이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화가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전해지는 이 성스러운 순간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그러나 어떤 화가도 마르티니의 솜씨를 능가하지 못했어요.

마르티니는 갑자기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마리아가 처음엔 두려움과 부끄러운 감정을 보이다가 마침내 말씀에 순종하는 과정을 무척 잘 표현했기 때문이에요.

그럼 그림을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가브리엘 천사가 사뿐히 땅에 내려앉고 있어요. 방금 땅에 도착해서인지 아직도 망토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책을 읽던 마리아는 갑작스러운 천사의 방문을 받고 놀라 어쩔 줄을 모릅니다. 외투를 끌어당기고 몸을 뒤로 빼면서 두려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천사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거부의 몸짓을 하면서도 천사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겠다는 순종의 몸짓이지요.

마르티니는 놀라고 당황하다가 마침내 순종하는 처녀의 심리 상태를 이런 몸짓과 표정을 통해 잘 보여 주고 있답니다.

/이명옥ㆍ갤러리 사비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