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삶의등대▲

미래를 맞는 우리의 자세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4:09
일본 삿포로에 갔다가 하루 만에 타고 간 비행기 편으로 되돌아왔다. 어머니 같던 장모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투병해온 장모였지만 그렇게 급작스럽게 돌아가실 줄 모르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가 불효를 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미래에 관한 한 거의 장님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정말이지 내일 일을 알 수 없다. 아니 몇 시간, 몇 분 후의 일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와 패를 겨루면 판판이 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너나없이 미래가 궁금해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점이라도 쳐본다. 하다못해 신문에 나는 오늘의 운세라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를 불문하고 점 보기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교회 목사가 정월 초하루와 겹쳤던 지난 주일 예배시간에 신도들에게 제발 "점 보지 말라"며 한탄하고 애원하듯 말했겠는가. 게다가 점 보는 데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다. 강남역.압구정동.신촌.홍대 앞 등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신세대 감각의 점집들이 성행한다는 것은 차라리 구문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족집게 같다 할지라도 그것이 다가올 운명을 정확히 맞힐 수 없음은 물론이다. 어디 점뿐이랴. 최고의 명의도 내일 환자의 운명이 어찌 될지는 감히 알 수 없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수퍼컴퓨터도 내일 날씨를 헛짚기 일쑤다. 최고의 여론조사 기관도 올해 대권을 누가 거머쥘지 알 수 없다. 미래는 도적같이 오고 내일이란 이름의 도적은 도저히 그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에 대해 가장 궁금하면서도 설레는 이들은 역시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일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대학에서는 졸업식에 유명 인사를 초청해 축사를 듣는 일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혀 있다. 이것을 '커멘스먼트 어드레스(commencement address)'라고 한다. 커멘스먼트 어드레스, 즉 졸업 축사에는 영화배우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경험과 세월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의 여정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미래를 맞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일러준다.

연기 경력 30년의 골디 혼은 "'기쁨의 근육'을 기르라"는 인상적인 말을 던졌다. 삶은 슬픔과 좌절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기쁨의 근육을 길러 놓으면 그것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네 속의 어린아이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기 속의 어린아이를 포기했다면 스필버그의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내 안의 순수한 동심은 미래를 창조적으로 열어가는 숨은 동력이다.

ABC 방송의 뉴스 해설자로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조지 윌은 간단하게 "책을 읽자"고 말했다. 책 든 손이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역시 퓰리처상을 받은 저명한 저널리스트 에릭 프리드먼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라"고 했다. 그 지도는 미래의 새로운 여정(旅程)을 준비해 떠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케네디 가문으로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이기도 한 앵커우먼 출신의 마리아 슈라이버가 우스터대에서 행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졸업 축사는 그 자체가 책으로도 출간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름 아닌 "기꺼이 실패하라"였다. 우리의 삶은 실패를 패배시키며 미래로 전진하기 때문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최상의 준비는 막연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겁내지 않고 오늘을 용기 있게 모험하며 사는 것이다. 바로 그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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