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삶의등대▲

영화를 비폭력으로 이끌자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4:11
청소년들의 잔인한 폭력사건이 잊을 만하면 발생해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그때마다 청소년들에게 폭력성을 함양한 주범으로 지탄받는 것이 인터넷게임이다. 하지만 인터넷게임이 홀로 죄를 뒤집어쓰는 것은 부당하다.

요새 ‘유희왕’ 카드 안 가진 초등학생이 없고,그 카드를 얼마나 모으느냐가 초등학생의 최고의 희망이라고 한다. 7세부터 볼 수 있는 만화영화 유희왕의 테마는 두말할 것 없이 폭력이다. 유희왕은 원래부터가 판타지액션을 표방해 그렇다고 치자. 유아등급 ‘도라에몽’은 개구쟁이들의 모습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으로 점철돼 있다. 한 회도 거르지 않고,노진구가 친구 퉁퉁이와 비실이에게 조금도 아니고 아주 많이 얻어맞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산 만화영화들도 마찬가지다. 별 이유도 아닌 걸 가지고 친구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아이가 만화내용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그저 폭력의 이미지만 보고 있는 셈이다. 결국 폭력의 교과서였던 ‘코난’ ‘은하철도 999’ ‘태권브이’ 같은 것을 보고 자란 세대가 자기 자식들에게 역시 폭력의 교과서나 다름없는 유희왕,도라에몽 같은 것을 보고 자라게 하는 것이다.

만화영화가 무서운 것은 아이의 사고기능을 정지시켜놓고 주입식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힘 때문이다. 아이는 자발적으로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만화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솜뭉치처럼 흠뻑 빨아들인다. 나이가 더 어릴수록 자발적인 흡수력은 크다. 인터넷게임은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터넷게임보다 생각 같은 것을 안 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만화영화가 아이에게 더 위험하다.

영화는 21세기에 들어 더더욱 청소년에게 목매고 있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폭력을 주요 테마로 설정하고 있거나 최소한 소스처럼 첨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영화는 ‘이것이 바로 학교와 청소년의 현실’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현실의 재현이니까.

하지만 학교제도와 청소년들의 생활이 영화 같았다면 이미 나라가 뒤집어졌어도 여러 번 뒤집어졌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자주 보는 장면이 현실세계에서 발생할 경우 언론들이 흥분하고 국민이 고뇌에 빠지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러니까 영화는 학교와 청소년의 현실을 재현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청소년에게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욕지거리를 팍팍 내뱉고 주먹을 휘두르고 다녀야 멋진 청소년이라고,의식화교육을 하는 것이다.

만화영화든 청소년을 주 소비자로 상정한 영화든,영화의 폭력 교육은 이미 도를 넘어서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영화 생산자와 배급자들에게는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양심밖에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청소년과 유아들의 부모들이야말로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폭력물을 보지 말라고 닦달해봐야 소용없다. 부모들이 폭력을 지양하고 비폭력(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추구해야 한다. 현실의 재현이라고 우기는 영화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버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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