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대미술'이 뜨고 있다
글|홍경한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딜립 샤르마
지난해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 놓은 한 세계적인 화상은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믿지만 현재로선 중국 다음으로 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미술시장)에 나가보면 아시아권의 경우 일본, 중국, 인도미술부스엔 유독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림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의 경매에서도 인도미술은 단연 인기 최고의 아이템이었으며 ‘아모리 쇼우' ’쾰른 아트페어‘ 등 여타 아트페어에서도 인도의 현대미술은 적지 않은 반향을 이끌었다. 인도미술이 주목받고 있음을 반증하는 예이다.
베트남, 인도 펀드와 같은 제 3국 펀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더니 인도미술도 관심 영역에서 활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 이런 양상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인도미술시장은 최근 수년 사이에 4000억 원으로 5년 전인 2002년에 비해 10배 이상 폭등했으며 전년 대비 30%성장이라는 지표가 말해주듯 기존 딜러들은 이들의 작품을 구입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사들도 인도 작가들의 작품을 50만~150만 달러에 내놓고 있다.
2006년 대비 2007년에만 서너 배 이상 폭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인도미술을 차세대 주요 아이템으로 인식,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미술과 함께 속속 소개되거나 F갤러리처럼 능동적으로 전시를 개최하는 화상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E모 아트, M 모 아트와 같은 해당 국가의 작품들만 취급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F.N.souza
인도미술이 세계현대미술계에서 유독 각광을 받게 된 배경으로는 가장 먼저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자국 내 신흥 부자들의 미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창조산업 수출국 세계 11위, 아시아권 3위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말해주듯 인도의 거대한 문화적 전통과 잠재력, 뛰어난 예술성이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외형상 아직까진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가격도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인도미술의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현대미술의 특징과 작가들
우리가 인도미술을 생각할 때 흔히 하는 생각이 바로 초기 인도불교에 서양의 헬레니즘미술이 결합해 탄생한 간다라미술이나 밀교의 특성이 나타난 후기 불교미술이다. 인도미술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경. 당시의 미술은 대부분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와 연관된 종교미술이며, 특히 불교미술과 힌두교미술이 압도적이다. 허나 우리나라에 알려진 인도미술은 모더니즘 경향을 지닌, 무척이나 대담하고 화려하며 특정적이지 않은 다양성에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의 인도미술을 ‘무엇이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제강점기를 지낸 우리나라의 경우에서처럼 인도미술 역시 오랜 시간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의 특색을 지니고 있음이 발견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표현에 있어 경험적인 속성을 강조해온 전통 인도미술을 버리고 사물과 사람을 공간적으로 분리시켜온 서구 아카데미즘에 반기를 든 예가 많다. 인도현대미술가 중 익히 소개된 대표적인 작가로는 프랜시스 뉴턴 수자, 사예드 하이데르 라자를타이에브 메하트(tyeb meht), 비제이 길레(Vijay Gille), S.H. 라자(S.H. raza), F.N. 소우자(F.N. Souza), 비벡 샤르마(Vivek Sharma), 닐레쉬 프라즈빠띠(Nilesh Prajapati) 등. 예술성 위주의 인도 현대미술 작가로는 시부 나테산, 수디르 팟와르단, 빈두 메라, 바하티 케로 등을 꼽는다. 이미 세계적 작가가 된 해외파 아니시 카푸르, 나리니 말라니, 푸시파말라 N,
스보다 굽타, 탈루 L N , 비란 순다람, 지티시 칼랏, 실파 굽타 등도 차세대 작가로 세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중 일부는 인도 현대회화의 1~2세대로 규정되고 있을 만큼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은 식민통치 국가였던 영국의 아카데미즘 화풍에 반기를 드는 동시에 인도 전통 회화의 답습도 과감하게 포기한 작가들로 인식되고 있다.
S.H. raza
허나 이들의 작품만으로 인도미술의 전체를 가늠한다는 건 무리다. 아직도 대부분의 인도 작가들이 차용하는 주제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색채와 형상 면에서 변별력을 갖긴 하지만 그건 민족적인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부분이 강하다. 자국 내 전설을 주제로 한 신화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비루한 인도인들의 삶을 캔버스에 옮기거나 강한 경관을 해석하는 낭만주의적인 요소들의 작품이 양산되기도 한다. 어느 경우엔 목가적이며 감성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전원적인 시각 요소들이 얽히고설킨 작품들도 있다. 그렇다고 서구미술의 반향을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못하는 측면도 엿보인다. 서구 미술사에 자주 언급되는 표현주의적 요소나 큐비즘적 조형성도 언뜻 언뜻 드러난다. 이러한 양식은 조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극히 세련된 양감과 볼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 있는 반면 원시미술에서나 보임직한 기호적인 형태의 조각들도 있다. 아직은 많은 작가들이 신화적 전통과 인도 고대 문명에서 사용된 형태 구조를 차용하곤 하지만, 또한 과거 인도의 개념적, 의식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술 양식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그 범주가 매우 넓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됨은 분명하다. 인도미술은 이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오늘날의 인도미술은 작가들 자체가 다르게 받아들인 사회적 배경, 그림에 대한 감각, 저마다의 개인적 의지와 신념이 다르기에 그들이 빚어낸 작품 역시 개인적인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어필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도미술은 아직 모든 면에서 진행형이다. 정보의 축적이 미미하고 비평적 관점에서 기술된 시각도 거의 없어 현재로서는 그 명징한 결과를 유추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화려함과 독창성을 무기로 한 인도미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세계현대미술시장도 중국의 대체시장으로써 인도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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