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산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가 수신료' 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산업 재편에 따른 케이블 산업의 현황과 전망' 세미나에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케이블TV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가수신료'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며 이를 위해 '수신료 하한제도' 등의 제도가 제시됐다.
발제자로 나선 최성진 산업대학교 교수는 "현재 케이블TV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가격규제 정책과 그에 따라 저가 수신료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수신료 가격규제 정책을 철폐 또는 완화하거나, 수신료 하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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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TV 산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가 수신료` 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수신료 하한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신료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다. 현재 케이블TV 이용료는 과도하게 저가로 형성돼 있어 수신료 수익의 시장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는 기형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케이블TV의 매출액은 2001년 5천479억원에서 2007년 2억1천358억원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수신료 수익은 9천980억원에 불과하고 월평균 수신료는 가입자당 6천~7천원 수준으로 해외 주요국 대비 8~9배까지 낮은 실정이다.
저가수신료 중심의 시장형성은 결국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월평균수신료 증가→제작비 투자규모 증가→고품질 프로그램 생산'의 선순환 고리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성진 교수는 "케이블TV는 정부가 이용약관 승인을 통해 가격규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케이블TV사업자들이 악용할 경우 질 낮은 프로그램 채널을 묶어 저가로 제공해 결국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전체 매출에서 PP에게 지급되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율을 확대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중심으로 수신료 배분비율의 합리적 조정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시장상황이 반영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준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도 "저가수신료 구조로 인해 홈쇼핑 송출 수수료 및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 관련 수익이 주요 수익원으로 구성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홈쇼핑 수수료가 전체 영업이익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콘텐츠 개발 의지가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가장 문제는 유료방송시장의 저가구조 고착화"라고 지적한 뒤 "자유 시장 경쟁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수신료 하한제 도입을 한시적으로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설영 기자 ronia@zdnet.co.kr
2009.10.12 / PM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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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의 케이블TV 역사는 케이블TV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다르다.
미국의 경우 지상파 방송의 과도한 광고방송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있어,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
그래서 광고방송 없이도 TV를 즐기기 위해 시도된 것이 케이블 방송이다.
이 때문에 케이블 방송은 광고 대신 다른 재원이 필요했고, 그것은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충당했다.
미국의 케이블방송의 경우 광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시청자들이 부담하는 수신료는 가격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블 방송을 도입하였을 때, 미국과 같이 케이블의 재원은 오직 수신료로만 채우고
광고는 일절 수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신료는 높은 가격으로 측정될 수 밖에 없었고,
당시 사정상 채널수가 다양하다는 것과 24시간 방송이 나온다는 것 외에 특별한 유인이 없던 케이블 방송에
그만큼 높은 월 이용료를 부담할 시청자들은 얼마 없었다.
결국 한국의 케이블 시장은 수신료를 대폭 낮추고, 대신 광고를 재원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오늘날에 한국 케이블 방송 시청자들은 매달 케이블 방송 요금을 내면서,
광고도 함께 시청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현상이 생긴 근본원인은 케이블 방송 도입 당시 미국과 달리 케이블 방송을 도입할만큼 시장의 필요성이나
수용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방송사업을 추진한 정부와 사업자들에게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기형'적인 케이블 방송의 재원구조가 비단 나쁘기만 한 것인가?
다시 말해, 앞에서 말한 것 같이 미국의 예처럼 케이블 방송사의 모든 수익을 수신자들의 요금으로만
충당하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인가?
미디어 관련 법이나 사업구조 등은 각국마다 각양각색이다.
저울의 양 끝에 놓인 방송의 공익성과 오락성이란 가치의 균형을 유지하고,
시청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방송의 기본 정의에 대해서는 만국이 동의하지만,
이것을 이루기위한 각국의 규제나 법은 매우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한국 케이블 방송의 수익구조에 있어 수신료의 비율이 미국의 예보다 낮다고 기형적이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고,
오히려 한국 케이블 방송 시장의 현상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의 케이블 방송 시청자들은 수신료 납부와 함께 광고 시청도 함께 하고 있다.
방송사는 방송 프로그램(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기업들에게 팔아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방송사들은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능한 많은 시청자들을 자사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면 기업은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기준으로 방송사에게 광고를 얼마나 줄지 결정하게 된다.
결국 시청자의 광고 시청은 기업과 방송사에게 내는 프로그램 시청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케이블 방송은 시청자들이 광고도 보면서 동시에 수신료도 직접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위의 기사가 주장하는데로 수신료를 올려야한다면, 응당 그에 비례하여 케이블 방송에서 광고를 줄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만약 광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수신료만 올린다면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더 부담을 지우게 하겠다는 주장 밖에
되지 않는다.
양질의 방송 콘텐츠 생산을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한다는 주장이 위의 기사에서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케이블 방송들은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이나 한물간 영화를 재방송만 하던 과거의 수준은 넘어 제법 주목받는
프로그램을 생산해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슈퍼스타K, 롤로코스터(남녀탐구생활),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선보일 수 없는 케이블만의
독특한 맛과 능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는 현재의 수익구조에서도 충분히 케이블이 양질의 프로그램(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 케이블TV의 매출액은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여 2001년 5천479억원에서 2007년 2조1천358억원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시장이 축소되거나 답보상태에 있는 것도 아니고 7년 동안 4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였는데,
이에 수신료를 더 올려야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결국 시청자의 동의없이 방송사업자들의 이익관계나 사업성을 이유로 수신료를 인상하려고 한다면,
이는 괜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