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우리홈쇼핑 인수에 롯데 ‘백태클’… 흥국금융그룹 시너지도 의문
우리홈쇼핑을 놓고 롯데그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쓰고 있는 서울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사옥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을 아시나요?’
최근 재계와 증권가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다. 우리홈쇼핑을 놓고 재계 5위(공기업 등 제외)의 제벌 기업인 롯데그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태광그룹은 재계 30위로 롯데에 비하면 자산이나 명성에서 한참 처진다. 지난해 총자산은 7조5000억 원. 매출은 3조6000억 원대. 양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비치면서 이호진 회장이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고 있다.
태광그룹의 모태는 태광산업이다. 이 회사는 1954년 이 회장의 선친인 이임룡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 여사가 부산에 차린 모직공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태광산업은 1970년대에는 국내 최대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1973년 인수한 흥국생명으로 금융업에도 진출해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했다. 흥국생명의 여자 배구팀은 미모의 여자선수를 보유해 스포츠계에서는 인기가 높다. 1980~1990년대 태광 ‘에로이카’를 생산하며 오디오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오디오 시장의 위축으로 2000년대초 사업을 접었다. 전체적으로 태광그룹은 재계나 일반인에게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몸집 불려 재계 30위권으로 떠올라
태광그룹이 재계 30위로 몸집을 불린 것은 이호진 회장이 1997년 태광산업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다. 이 회장은 1993년에 흥국생명 이사로 경영에 발을 담갔고, 1996년 11월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그룹 회장 자리는 이임룡 회장의 처남인 이기화 회장이 넘겨받았고, 장남인 식진씨가 부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임룡 회장은 생전에 3남인 이 회장을 그룹 후계자로 점찍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남인 영진씨는 1994년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결국 2002년 이기화 회장이 사임한 데 이어 2003년 식진씨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2004년 이호진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사양산업인 섬유·화섬을 대체할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케이블TV(SO·System Operator)·홈쇼핑(PP·Program Provider) 등 뉴미디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섬유·화섬에서 벌어들인 돈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저인망식 M&A(기업인수·합병)를 추진했다. 이 회장은 뉴미디어사업을 하기 위해 대원고 동기인 진헌진 티브로드 사장을 2002년에 영입했다. 이 회장은 2003년 승부수를 던졌다. SO 업계 2위였던 한빛아이엔비를 인수한 것. 단숨에 업계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SO를 M&A해 현재 119개 SO 중 27개 SO, 31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사업자로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은 25%에 육박한다.
‘밉상’ 롯데에 비협조 선언 ‘대립각’
홈쇼핑에도 뛰어들었다. 2005년말 아이즈비전이 보유하던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900억 원에 인수했다. GS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도 SO를 인수해 홈쇼핑과 SO의 수직적 결합을 공고히 했다. 만약 태광그룹이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흥국생명을 축으로 흥국금융그룹도 출범시켰다. 기존의 흥국생명, 흥국투자신탁, 고려저축은행에 흥국쌍용화재(전 쌍용화재)와 흥국증권(전 피데스증권), 예가람저축은행까지 인수해 자산 7조 원의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 태어난 것. 최근 금융계열사간 CI(기업이미지) 통합 작업이 한창이다.
이호진 회장이 경영을 승계한 이후 태광그룹은 이렇게 파죽지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중견그룹의 한 임원은 “화섬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태광그룹이 위기를 느낀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이호진 회장은 뉴미디어와 금융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잘나가고 있지만 이 회장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흥국금융그룹의 시너지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다른 분야의 금융회사를 인수해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 진형준 흥국생명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마켓쉐어를 늘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면서 “아직 계열사간에 시너지는 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 부사장은 “그래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CEO 등 계열사 직원간 자주 얼굴을 맞대 ‘흥국가족’이라는 공감대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최근 이 회장을 고민에 빠트린 것은 우리홈쇼핑이다. 태광그룹은 꾸준히 우리홈쇼핑의 주식을 늘려 보유지분 46%로 경방에 이어 2대주주였다. 태광그룹 측은 단순 투자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인수였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경방과 지분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1대주주인 경방이 2대주주인 태광과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지분 전량(53.03%)을 롯데쇼핑에 매각한 것.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회장이 롯데그룹과 직접적인 사돈관계도 아닌데, 사돈이니 협조해줄 거라는 듯 롯데와 경방이 언론에 흘린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사태가 터진 직후 비협조 입장을 공언한 상태다.
현재 이 회장은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에 협력해 우리홈쇼핑을 통해 배당을 받고, 보유하고 있는 SO와 시너지 효과를 노릴지(실리), 아니면 상도의를 무시하고 뒤통수를 때린 롯데·경방과 계속 싸움을 벌일지(명분) 택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바라는 것은 롯데로의 최대주주 변경이 방송위원회로부터 불허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연 이 회장이 실속을 챙길지, 아니면 명분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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