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3D 산업

협회 구성을 추진

영원한 울트라 2010. 7. 24. 13:58

외국 영화로는 처음 국내에서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 흥행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3D(Three-Dimension·3차원) 입체영상 콘텐츠 제작 바람이 불고 있다. 3D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업체들과 기존 2D 콘텐츠 제작업체들, 공중파 방송사들까지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3D 드라마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3D 콘텐츠 전문업체 리얼스코프(대표 이제권)는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초록뱀미디어(대표 길경진)와 제휴 관계를 맺은 데 이어, 공중파 방송사 1곳, 방송 송출업체 C사와도 추가로 제휴를 논의 중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드라마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올인, 불새, 주몽, 지붕뚫고 하이킥, 추노 등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한 업체다. 방송 송출업체 C사는 3D 스포츠 중계시장 등을 염두해 두고 고가의 3D 촬영장비 구입을 추진 중이다. 이번 3D 드라마 제작에도 이 장비들이 사용될 예정이다. 4개 회사는 곧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드라마 제작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제권 리얼스코프 대표는 8일 “옴니버스 방식의 3부작 미스테리 드라마 제작을 구상 중”이라며 “드라마 제작은 올해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옴니버스 방식으로 제작해 극장용, 모바일용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소재로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 3D 콘텐츠 지원 1조원 기금 조성 추진”

정부에서도 3D 콘텐츠 제작 지원책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현재 3D 콘텐츠 제작 예산이 얼마 안되지만, 정부에서 1조원 가량의 기금 조성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과 정책방향 등을 제시하기 위해 3D 제작업체들의 협회 구성도 추진되고 있다. ‘리얼스코프’를 비롯해 서태지와 빅뱅 등의 콘서트를 3D로 촬영한 ‘오션망고’, VJ특공대를 제작한 ‘허브넷’, 어린신부, 댄서의 순정 등을 제작한 영화사 ‘컬처캡미디어’, 3D 홍보영상물 전문제작사 ‘유디포엠’ 등 30~40여개 콘텐츠 제작사들이 관련 협회 구성을 추진중이다. 가칭 ‘3D 입체 콘텐츠 제작자 협회’를 올해 상반기 중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표준화-원천기술 확보 경쟁 치열

3D 콘텐츠 분야에서 국내 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3D TV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삼성LG 등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향후 주도권은 우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관련 원천기술과 특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승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3D TV와 데이터 전송 방식 등이 기술적으로 표준화가 안된 상황에서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장의 성장 속도와는 별도로 하이테크 이미지를 부각시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들의 기술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소니는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4개의 3D TV 모델을 선보이면서 향후 110억달러를 3D TV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더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D 분야에 있어서는 콘텐츠를 이미 확보한 일본 업체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니는 3D 영화를 제작하는 소니 픽처스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미국 방송 및 콘텐츠 업체들과의 제휴가 활발하다. 게다가 소니는 피파와 손잡고 남아공월드컵의 일부 경기를 3D로 중계해 3D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도 20세기폭스사와 함께 아바타를 제작했고, 흥행이 대 성공을 거둠으로써 3D TV 시장에서도 남다른 입지를 구축했다.

박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니가 갖고 있는 방송장비, 콘텐츠, 게임, 영화 등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통해 TV 외에도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3D 시장 진입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D 입체영상은 스테레오 타입과 홀로그래픽 타입으로 나뉜다. 스테레오 타입은 눈의 착시 현상을 이용해 입체감을 주는 기술로 이미 170여년전 영국의 찰스 위트스톤(Charles Wheatstone)에 의해 개발된 방식이다. 현재 상용화된 3D 영상들은 대부분 이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홀로그래픽 기술은 실물과 같은 모습의 입체 영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3면에서 각기 다른 색을 허공에 송출하고, 그 접점을 이어 홀로그램으로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스테레오 방식의 3D 영상을 장시간 시청할 경우 어지럼증과 피곤함을 유발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데 반해 홀로그래픽 기술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은수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3D 융합산업 컨소시엄 회장)는 “완벽한 3D 기술로 평가받는 ‘홀로그램’ 방식의 연구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현재의 스테레오 방식에서 벗어나 홀로그램의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중국,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도..인증작업 주도해야”

현재 3D 세계시장 구도는 미국이 콘텐츠에서 앞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한국과 일본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지역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기술 특허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큰 두각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으로 머지 않아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중국은 이미 광저우에 3D 입체 영상 단지가 형성되는 등 정부의 막대한 지원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며 “풍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저가의 3D 콘텐츠와 장비들이 몰려올 수 있다”며 “산업계와 학계가 연합해 안정성 등의 인증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 강화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초의 3D 휴대폰은 지난해 초 일본에서 출시됐다. 일본 휴대폰 제조사 히타치와 통신사 KDDI가 공동으로 출시한 3D 폰에 핵심 부품을 공급한 업체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김태섭 케이디씨 회장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작년 상반기에만 3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누리면서 KDDI에서 모바일 콘텐츠도 제공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3D폰이 곧 출시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국내 대기업과 협력해 제조한 3D 폰이 곧 출시 될 것이다”며 “자회사를 통해 모바일 3D 콘텐츠 공급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수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종합기술을 시현해야 하는 TV 등의 하드웨어는 대기업이 주력하고, 중소기업은 핵심부품과 장르별로 전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 산업 성장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급격이 커지고 있는 데 반해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학에서의 특성화된 3D 인력 양성 과정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