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가 당장 TV에서 걸어나올 듯 입체적인 영상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날로그에서 HDTV 시대로 전환된 지금, 국내 영상 및 디스플레이 시장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HDTV에 이어 입체영상 콘텐츠(3D)가 뜬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실이다.
본지와 융합형콘텐츠산업포럼이 1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좌담회에 참여한 산·학·관 전문가들은
입체영상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과 법제도화 및 정부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들은 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논의해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강석원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장
김진웅 ETRI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이영재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단 차장
최승종 LG전자 DTV연구소 SAT그룹 연구위원
최용석 빅아이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상 가나다순)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통신담당 부장
◇사회=오늘 이 자리는 입체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정부가 입체영상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나선 배경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자.
◇강석원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장=입체영상사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와 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국내 역량이 얼나 되느냐가 그것이다.
시장환경은 우선, 미국 헐리우드서 3D 제작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디지웍스의 경우 내년 모든 영화를 3D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3D 영화는 일반 영화보다 두 배나 비싼데도 관객들에게 선택받는다. 매진행렬이다.
가정 내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환경이 발전하면서 비롯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콘텐츠는 원래 경험을 해봐야 수요가 느는 성격을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언급드린 국내역량에 대해서는, 제작을 해도 이를 뒷받침할 기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국내에서 이동통신기기나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등은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에 입체영상산업과 맞물려 세계시장에서
겨뤄볼만 한 것 아닌가. 향후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국내 산업현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3D 영상 콘텐츠와 이와 관련 국내외 산업현황과 시장동향에 대해 말씀해 달라.
◇최용석 빅아이엔터테인먼트 대표=국내산업은 3D가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테마파크, 박물관 등 로컬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지금 입체영상이 가능한 상영관은 국내에 200곳이 넘는다.
방송, PC, 게임, 모바일 등 다양한 홈엔터테인먼트도 발전 추세다.
특히 삼성이나 LG의 디스플레이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콘텐츠 부족이다.
현저하게 부족하다. 일단 국내 입체 콘텐츠 제작사들의 규모가 너무 영세하다.
제작기술도 낙후돼 있어서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이 크다.
미국의 경우,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3D 장편영화 제작이 활발하고 올해만 해도 40편을 제작했다. 내년에는 30여편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3D 공연실황까지도 제공될 예정이다.
◇사회=우리나라에도 그런 시도가 있나.
◇최용석=국내에 준비하고 있는 곳이 몇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
실사영화나 컴퓨터그래픽 영화가 현재 준비단계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입체영화를 시범촬영했고 현재 시연회를 열고 있다.
◇최승정 LG전자 상무=현재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 TV가 국내외에 판매되고 있다.
이용자가 안경을 쓰고 볼 때 콘텐츠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극장에서도 안경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TV도 안경방식으로 먼저 상용화될 것이다. 안경방식도 셔터방식과 필름방식이 있는데 두 가지가 공존할 전망이다.
시장동향을 보면 3D가 시작은 할리우드에서 했지만 점차 가정환경에서 어떻게 이용될 것이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3D영화를 집에서도 보기 때문에 패키지가 활성화될 것 같고,
BD규격이 마무리되면 3D비디, 디스크, 3D비디플레이어가 많이 활성화될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3D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 후지사의 3D 디지털 카메라 출시를 비롯해 유튜브에도 3D동영상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업체들 대부분 내년에는 3D TV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입체 콘텐츠 제작 및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국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또 개발현황은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 달라.
◇김진웅 ETRI 책임연구원=영상 디지털 기술이 3차원(D) 입체영상의 기초라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매우 앞서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과 국내에서 DLP 방식과 PDP 방식의 3D-레디 TV를 출시한 바 있고,
일본 BS-11 상업 입체 방송용 수신기는 현대 IT제품이다.
중소기업체들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콘텐츠보다는 그래픽 쪽 기술개발이 더 활발하다는 점이다.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워서 그렇다.
ETRI는 2002년에 HD급 3D 전송서비스로 월드컵 게임을 리얼타임으로 중계, 전송한 바 있다.
이것이 현재 일본의 BS11과 같은 방식이다.
3D 형태에 대해 ETRI는 궁극적으로 무안경 방식이 잘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 무안경 방식이 중요하다.
비록 일정한 위치에서 봐야한다는 제약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 개발중인 DMB 입체영상은 그런 제약이 없다.
전송할 화질에 제약이 있지만 이 부분도 연구 중에 있다.
EU 프로젝트로 모바일 단말기에서 3D영상하기 위한 연구 진행 중이고, 위성개발에 TU미디어가 참여했다.
서비스는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그외 영상기술 실감데이터 표준 표현방식 등에 대해 연구 중이다.
◇사회=제조업은 우리나라가 앞선 상황이고 그걸 바탕으로 콘텐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학계에서 보는 입체영상 산업의 가능성과 세계 시장 선점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보자.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3D 연구개발은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80년대부터 국가지원과제 또는 자체투자를 통해
20여년 정도 ‘포스트 HD 시대’를 대비해 왔다.
국내에선 사실 5년 전만 해도 3D 산업에 관한 이슈가 없었다. 3D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세가지가 있다.
우수한 콘텐츠 확보, 확보된 콘텐츠를 전달할 매체, 디스플레이할 기기 확보가 그것이다.
가치사슬이 엮여져야 3D산업이 보편화된다.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과 LG전자의 제품에 새 기술이 접목되면 우위를 점하는데 수월하다.
2012년까지 1500만대, 많게는 4000만대 가량이 보급될 것으로 본다.
적은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것은 결국 콘텐츠다.
3D는 좋은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도구일 뿐, 안좋은 영화를 좋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산학연이 함께 정부 지원아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밀 수 있는 가치사슬을 형성해 개발한다면 3D시장선점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승종=3D는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다. LG전자의 관심영역은 TV고, 3D방송 TV가 국내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한국, 일본, 미국 등 3개국 간의 전쟁이라고 여긴다.
TV기술이 아날로그에서 HD로 오면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
이제는 실감방송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는데, 준비가 필요하다. 업체는 투자할 준비가 돼있다.
50인치 정도가 사업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60인치, 70인치 등 초대형 실감방송이 중요해질 거다.
그런 TV를 만들려면 정부주도의 표준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3D방송은 허가산업이기 때문이다. 아직 미흡한 기술 때문에 3D시청 시 이용자가 어지러운 부분도 안전에 관한 정부의 기준을
요하는 이유다. 청소년들이 24시간 게임을 한다든가 해서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책임소재가 복잡해진다.
정부 차원의 안전규제가 필요하고 표준화논의도 함께 가야 한다.
◇사회=표준화와 안정 기준을 얘기해 주셨다. 시장의 가능성과 성숙도를 따져보려면 아무래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최용석=시장에 맞는 서비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많은 방송사들이 3D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없는 상태다.
TV, 컴퓨터, 모바일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발자, 서비스사업자,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은 세 개 군이 만족하는 포인트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려면 전략을 제대로 짜야 한다.
문화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3D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로드맵의 설계다.
그간 로드맵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개발 쪽에는 없다.
일단 법제도화부터 말씀드리자면, 콘텐츠 제작이나 시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개발돼야 한다.
콘텐츠가 잘못 제작되면 전송, 디스플레이 단계에서의 수정은 한계가 있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층에 제공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 콘텐츠를 심의인증할 기관이 필요하다.
앞으로 3D방송이 확대될 것이므로 현재 일반방송에 적용되고 있는 심의인증같은 법적규제가 요구될 것이다.
◇유지상=모든 기술에 표준이 필요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3D 뉴미디어는 다르고 글로벌화 상황이라 또 다르다고 본다.
표준화에 참여한 기관은 엄청난 로열티를 벌어들인다.
2007년에 3D모바일 출시됐지만 많이 팔리지 않은 이유는 콘텐츠 유통시킬 표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 LG, ETRI 등 여러 기관이 노력해서 MPEG표준 만들어낸 사례 있다.
표준이 나오면 3D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고 워킹그룹을 만들어 콘텐츠 품질을 평가할수 있는 안도 필요하다.
◇사회=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까지 터치하고 있나.
◇유지상=일본의 경우 IS표준 내놓은 상태고, 우리는 구체적인 수준까지 제기하고 있다. 저희가 IT국제표준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회=아무래도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산업육성 정책에 대한 효율성 문제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지상=장비는 지식경제부, 서비스는 방송통신위원회,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역할이 분담돼 있지만
이것이 효율적인지는 한번 따져봐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자주 만나야 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비 따로, 서비스 따로 가면 안된다. 부처간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중장기적인 로드맵도 범부처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사슬과 산업 프로모션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점차 좋아질 걸로 보고 있다.
◇사회=새 정부 들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거시적 차원에서 산업정책이 진행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한 지적으로 듣도록 하겠다. 정부쪽은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답변을 들어보도록 하자.
◇이영재=동의한다. 작년, 재작년 사업도 분산돼서 진행됐는데 통합진행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년에 진흥원 내 여러 부서들이 협력해 패키지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다.
◇강석원=3D 콘텐츠 예산이 40%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시장과 연계해야 산업이 성공한다.
기기솔루션 등 가치연계산업이 진행 중이다.
로컬 엔터테인먼트와 극장, TV와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처럼 나눠져 있던 시장을 통합하는게 중요하다.
다만, 기기 교체주기를 생각했을때 극장이나 모바일부터 진출하고 그 뒤에 TV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사실 가장 큰 부분은 정부의 협력이다.
지경부와 종합적인 방안 만드는 얘기 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에서 로드맵이 제시돼야 기업이 시간을 갖고 투자할 것이라고 본다.
관련 부처간 협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겠다.
◇사회=장기적인 비전이 만들어진 상황인가, 앞으로 만들겠다는 건가.
마무리 발언 차원에서 앞에서 나온 얘기들을 참고로 정리해 달라.
◇강석원=올해 컴퓨터그래픽스(CG)에 집중해 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내년에는 3D 콘텐츠 관련 수요가 제일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를 포함해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200억 정도로 올해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 좀더 쉬운 3D기술 획득에 나서고, 다음으로는 2D를 3D로 전환하는 기술 연구와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랙션을 통한 스포츠나 게임 콘텐츠, 동작인식 통한 입체영상과 인터랙션을 만드는 것이 내년 중점기술 과제라고 생각된다.
법·제도는 한 부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심의인증도 마찬가지다. 범부처적 차원에서 제도도 수립해 나가겠다.
◇사회=입체영상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의견 고맙다.
오늘 논의한 내용들이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화 및 정책수립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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