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가치 있는 물건이라 해도 다듬고 정리해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아이폰'과 더불어 최근 전 세계 IT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아바타'를 보면 이 속담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3D 디지털 TV(또는 극장)와 3D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해도 보여줄 3D 입체콘텐츠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3D 시대의 진정한 핵심은 콘텐츠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3D 콘텐츠 시장은 3D 디지털 TV(또는 극장)나 3D 디스플레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분야는 어느 정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3D 제작장비와 콘텐츠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전체 스크린의 약 27%가 3D 상영이 가능한 디시네마(D-Cinema) 구축을 완료했다. 또 지난해 7월 3D TV가 판매를 개시하는 등 3D 환경 보급이 급진전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3D 입체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그나마 몇몇 손에 꼽히는 3D 콘텐츠도 테마파크나 전시관용에 불과하다.
◇기술?인프라?인력?정부지원 등 총체적 미흡=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형 3D 입체영화의 가능성과 미래 탐색'세미나에 참석한 정일권 ETRI 박사는 아바타와 국내 보유기술간 △3D 촬영 카메라 및 자연스러운 입체 표현 기술 3년 △이모션 캡쳐 1년 △버추얼 및 시뮬 카메라 3년 △사실적인 고품질 CG 크리쳐 표현 및 VFX 2년 △대규모 모션 캡쳐 및 영상 스토리지 2년 등 평균 2년의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 인프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 국내에는 영세 3D 콘텐츠 업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공동제작 시설이 전무하다. 그나마 상암동 DMC 등에서 일부 시설을 지원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가동률이 90%가 넘는 등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3D 전문인력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영화 한편을 3D로 전환하는데 약 3개월 동안 300명의 인력이 요구된다. 신규 제작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3D 전문인력은 수십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대비 정부 지원 수준도 열악하다. 최근 3D를 포함한 CG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해외 선진각국은 헐리우드 CG 영화의 자국 유치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폭적인 자금 및 세제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가 싼 중국, 인도 등 신흥 IT강국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3D나 CG의 특성상 해외 업체들과 경쟁해야하는 국내 업체들은 이래저래 샌드위치 신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현재의 국내 기술과 인프라, 인력, 그리고 정부 지원으로는 `아바타'와 같은 3D 입체콘텐츠를 결코 만들 수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미래핵심 성장동력으로 3D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이다.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하드웨어가 앞서가도 3D 산업은 속빈강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3D 콘텐츠 육성에 6000억원 투입=다행히 정부도 이같은 지적들을 어느 정도 인정, 다각적인 차원에서 3D 콘텐츠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최근 국내 3D 관련 중소기업 20여개사와 함께 `글로벌 3D 컨소시엄(G3C)'을 정식 출범했다. 진흥회는 G3C와 함께 운영 중인 차세대 3D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 △기업의 펀드참여 유도 및 결성 지원 △국내 기업의 해외수출 촉진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전문기업 육성지원 △전문인력 양성 지원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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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 최근 서울 상암동에 `3D 산업 지원센터'와 `3D 기술인력 양성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31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3D산업지원센터는 상암동 DMC 내에 4500㎡규모로 세워지며, 중소기업 20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공동장비지원실, 비즈니스 지원실, 자료실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또 3D 기술인력 양성센터는 3개월 과정의 3D 교육과정을 개설해 2014년까지 6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3D를 비롯, 각종 방송콘텐츠 제작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디지털방송콘텐츠 지원센터'도 건립된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부는 최근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양 부처는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방통위 산하 한국전파진흥원의 건축 및 방송장비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업추진단을 구성, 올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 1993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에 디지털방송콘텐츠 지원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특히 콘텐츠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오는 2015년까지 약 6000억원을 투입해 3D 영화, 3D 방송, 3D 게임, 3D 융합형 콘텐츠 등 3D 콘텐츠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3000억원 규모의 3D 펀드를 조성도 포함됐다. 또 3D 핵심 제작기술을 전담할 `3D 콘텐츠 기술센터'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3D 산업 육성은 콘텐츠를 담당하는 문화부뿐만 아니라 기기장비를 담당하는 지경부나 방송서비스를 담당하는 방통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현재 3개 부처 공동으로 `3D 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한민옥기자 m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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