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문제의 기본절차와 단계
Ⅰ. 정책문제의 정의(Definition of Policy Problem)
1. 의의
정책문제의 구성요소, 원인, 결과 등의 내용을 규정하여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는 것”이 정책문제의 정의이다. 정책문제의 정의는
1) 정책목표, 수단 등 정책내용의 테두리를 일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극히 중요하고
2) 정책적 갈등·타협의 대상이 되며
3) 문제 인식의 주관적 성격 때문에 현실의 정책문제 정의는 극히 다양하고 개인에 따라 다르며
4) 바람직스러운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소망스러우면서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야 한다.
2. 바람직한 정책문제의 정의
정책문제가 주관적·인공적이면 사람에 따라 정의한 문제의 내용이 다양하게 된다. 바람직한 정책문제의 정의를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정책문제의 내용을 정의하지 말고, 문제의 정의는 국가·사회전체 또는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한 후에 가장 중요한 문제의 요소나 결과 및 이의 원인을 규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1) 바람직한 정책문제의 정의를 위해서는
(1) 정책문제의 구성요소, 원인, 결과를 파악하며
(2) 정책문제의 결과를 감안하여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구성요소들을 규정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규정하여야 한다.
2) 문제구성요소 중 무엇이 중요한가는
(1) 구성요소의 심각성, 피해계층의 파악을 통하여 문제 해결이 얼마나 소망스러운가를 판단하는 소망성의 기준을 적용하고
(2) 구성요소의 해결가능성을 검토하여 해결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현실에서는 문제를 잘못 정의하는 수가 많은데 제3종 오류 (과오)란 문제의 구성요소 중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을 잘못 선택한 것을 의미한다 (Solving the wrong problem). 제3종 오류는 잘못된 문제 정의가 잘못된 정책목표 결정으로 연결되는 현상이다.
Ⅱ. 정책분석의 기본절차(단계)
정책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한 정책분석의 단계는 분석하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이상적인 정책분석의 단계로는 오직 하나의 전형적인 단계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분석에 있어서 무엇인가 표준이 될 만한 기본단계가 있다면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분석의 단계는 하나의 연쇄적인 과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겹치거나 병행되기도 하며 나중 단계에서 앞 단계로 환류(feedback)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어떤 단계는 생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분석의 주요 단계를 생략한 채 정책분석이 이루어진다면 정책분석의 결과는 그만큼 설득력이 약하다. 가령 정책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대안분석을 한다면 그 분석결과는 엉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헛고생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위한 정책분석은 정책문제의 분석으로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 정책문제의 발생원인, 그 문제를 방치했을 때 일어날 사태등도 분석해야 하지만, 무엇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고통을 주고 있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와 반대하는 자 등에 대한 정치 경제적인 역학 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정책문제에 대한 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나면 정책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특히 정책문제의 해결 그 자체를 정책목표로 하는 치유적 정책목표인 경우에는 정책문제의 분석과 정책목표의 설정은 동일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책대안들을 탐색 개발하고 정책대안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여 정책대안들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최선의 정책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합리적 정책결정을 위한 정책분석의 단계는 정책문제의 분석과 정책목표의 설정,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 정책대안의 결과예측, 정책대안의 비교 평가, 최적대안의 선택 (정책결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정책분석과정은 각 과정이 순차적으로 언제나 빠짐없이 거치게 되는 과정은 결코 아니며 생략되거나 중복될 수도 있으며, 분석과정이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 합리적 정책결정을 위한 정책분석의 단계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 정책문제의 분석과 정책목표의 설정
정책문제의 분석은 합리적 정책결정을 위한 정책분석의 첫 번째 단계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첫 번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을 수행해 나감에 있어서 처음이 잘못되면 그 일이 끝까지 잘못되어 나가듯이 정책문제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면 정책목표의 설정도 잘못될 것이고, 그 이후에 이루어질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 올바른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정보의 산출도 잘못되어 정책결정 그 자체도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따라서 정책문제에 대한 명확한 파악은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위해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정책문제의 분석에 이어 정책목표의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목표는 정책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상태이다. 정책목표는 정책문제를 파악하여 무엇이 정책문제의 핵심인가를 밝혀낸 다음, 이를 해결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및 문제의 해결가능성을 검토하여 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분석적 활동이 없이 정책목표가 설정되는 경우도 많다.
2.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
정책문제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방향도 달라진다.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은 합리적 분석적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과정에서 바람직한 대안들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최적 대안의 선택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단계에서는 중요한 대안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분명히 확인해두어야 한다.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방법은 기존에 알려진 정책으로부터 도출하는 방법과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점증적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미 알려진 정책이나 타 정부의 정책을 토대로 정책대안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후자는 과학적 지식이나 모형에 의한 대안개발, 주관적 판단, 즉 토론, 정책 델파이법,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등의 방법에 의해 새로운 대안을 탐색 개발하는 방법이다.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단계에서 많은 정책대안들이 개발될수록 합리적인 정책결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정책대안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다음 단계인 정책대안의 결과예측이나 비교 평가단계에서 시간과 비용, 능력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정책대안의 결과예측이나 비교 평가 등 본격적인 정책대안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탐색 개발된 정책 대안들을 개괄적으로 분석하여 다른 대안들에 비해 월등히 뒤떨어지는 대안, 그래서 정밀분석을 할 필요가 없는 대안들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걸러버릴 필요가 있다. 결국 정책대안의 탐색과 개발단계에서는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정밀분석해볼 가치가 있는 정책대안들만이 제시된다.
3. 정책대안의 결과예측
합리적인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책목표가 설정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이 개발된 후에 각 정책대안이 집행될 경우 어떠한 결과가 가져오게 될 것인지를 예측해 보아야 한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 가운데 어떤 대안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인가를 판단하여 선택하기 위해서는 정책대안들의 결과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측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책대안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단계 중 하나이다. 동시에 정책대안의 결과예측단계는 능력과 시간이 부족한 정책결정자에게 정책분석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따라서 정책대안의 결과를 예측해보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개발되어 왔다.
정책대안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방법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직관적 주관적 판단, 기존의 정책사례를 토대로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많은 약점이 있다. 비교적 바람직한 예측방법으로는 예측모형의 작성과 활용, 정책실험 등이 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통계기법을 많이 활용한다. 또 정책실험이나 영향평가 등도 미래예측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4. 정책대안의 비교 평가 및 선택
정책대안의 결과를 예측하고 난 후에는 그러한 결과들이 얼마나 바람직스러운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여 정책대안들을 평가하게 된다. 각 대안들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 가운데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정책대안을 선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합리적 분석적 정책결정의 마지막 단계이다.
정책대안의 평가기준으로는 크게 소망성(desirability) 차원의 기준과 실현가능성(feasibility) 차원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소망성이란 정책대안의 집행결과가 얼마나 바람직스러운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효과성, 능률성, 공평성, 대응성(적응성), 주민의 만족도, 일관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실현가능성이란 어떤 정책대안이 집행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를 의미하는 측정기준으로 기술적 실현가능성, 경제적 실현가능성, 사회 윤리적 실현가능성, 정치적 실현가능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이 탐색 검토되어 각 대안들의 예상되는 결과들이 예측되고, 이들을 비교 평가할 평가기준까지 검토되고 나면 최선의 정책대안이 선정된다. 먼저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 가운데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안은 제외시키고 나머지 대안들 가운데 가장 소망스러운 정책대안을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선정 작업도 용이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정 작업에 분석가의 주관적 가치가 개입될 뿐만 아니라 정책대안간의 우선순위가 명백하게 설정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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