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커뮤니케이션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마케팅팀 팀원들의 회의 모습.
맨 오른쪽 안경 낀 이가 최윤정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온 사회가 열병을 앓듯 홍보 마케팅 타령이다. 이러한 열풍은 영화와 공연계를 넘어 미술, 연극, 무용 등 순수 예술 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조사한 <문화향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술 관람률은 2000년 11.8%에서 6.8%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연극, 무용 등 순수예술 분야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기획사 중심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30만~5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전시들이 얼마나 외면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코쿠닝(Digital Cocooning)이라고 불리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영화, 공연, 게임, 드라마 등을 즐긴다. 여기에 미술이 발 디딜 틈은 별로 없어 보인다. 반면 씁쓸하게도 미술 경매시장, 아트펀드, 아트렌탈, 미술품을 활용한 기업 마케팅은 어느 때보다도 호황이다. 양 날개가 균형 있게 날개 짓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푸념이 미술계 곳곳에서 들린다.
미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대중 취향의 변화로 대다수의 미술관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어렵고 난해한 것이라는 인식의 장벽에 막혀있는 현대미술은 설상가상으로 급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황금열쇠라도 되듯 미술계에서도 PR과 마케팅에 대한 인기와 기대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단언컨대, 미술관의 꽃은 전시다. 탁월한 홍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여 엄청난 수의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그 핵심 상품인 전시의 질이 떨어진다면 전시장 밖을 나서는 관람객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피할 길이 없다. 반면 아무리 좋은 전시라도 그것을 공중과 소통시켜주는 PR과 마케팅이 없다면 대중들은 접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좋은 전시와 전략적인 홍보 마케팅의 결합은 미술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시할 것이다.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조직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다.
즉 변화하는 트렌드를 직시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조직 내부에 전달하여 핵심 상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만을 위한 전시가 아닌, 변화하는 국제적 문화 트렌드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이렇듯 마케터의 중간자적 역할이 중요하다.
필자는 어느 날 70세를 넘긴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관장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14만평에 달하는 미술관 전시실을 돌며 관람객들을 살핀다는 사실을 알고는 스스로를 질책했던 적이 있다. 관람객 서베이, 포커스그룹 인터뷰, 심층 인터뷰, 관람객 모니터링, 언론보도 내용분석, 현장 관찰 등 어떤 마케팅 조사 방법이든 조직의 예산과 운영방식에 맞는 정기적인 조사는 필수이다.
미술관과 연계되어 있는 공중들과의 관계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 흔히 PR이라고 하면 언론 홍보쯤으로 생각하지만, PR이란 Public Relations의 약자로, 말 그대로 대(對) 공중관계 관리 기능이다. 여기에서 공중이란 관람객, 문화예술 애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 주요한 오피니언 리더인 미술계 인사, 문화부 기자, 정부인사, 유관단체를 포함한다. 또한 미술관 후원 및 제휴의 대상인 기업, 타 미술관이나 화랑, 미술 전공자, 작가, 해외 유관단체 등 여러 단체들과도 관계의 망을 맺고 있다.
관계마케팅이란 다양한 인식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공중들을 세분화하여, 각각을 대상으로 상호 호혜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는 금전적인 후원, 공동 프로그램 개발 등 물리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미술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 구전 효과, 미술관 지지 기반 등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술관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공중들의 리스트를 뽑아내고, 세분화하여 타깃별 관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전문 미술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어려운 미술을 감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마케팅 모델이 하나씩 생길 정도로 마케팅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모델 중 하나는 단연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마케팅일 것이다.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영화, 전기문 등 스토리 형태로 전달되는 정보는 우리에게 쉽고 편안하게 기억된다. 이렇듯 스토리텔링은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변화와 혁신의 툴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미술은 특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작가나 작품이 지닌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 작품이 지닌 가치를 평가하기란 일반인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술관은 이제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 그 중에서도 스토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작품 해설사를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미술 소통의 한 예로, 미술관이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 소재를 발굴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미술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논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술이 빠르게 상업화의 기류를 타고 있기는 하나, 미술이란 여전히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며 국가와 인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미술관에 종사하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라면 이러한 가치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두고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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