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김일해 작품 이야기

영원한 울트라 2005. 12. 25. 13:12


 김 일 해

 



김일해의 작품 「향기」(2000년, 73 X 53cm) 는 진한 라일락 넝쿨아래 허리를 비틀고 앉아있는 나부 그림이다.

보라색 라일락이 만발한 그늘이 짙게 화면 전체에 들어있다. 그늘이 이 화면의 전체 분위기를 신비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나무 그늘 사이로 들어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앉은 나부의 몸이 눈부시다. 에로틱해서가 아니라, 얼굴에서 풍만한 가슴사이로 타고 배를 지나서 내려오는 빛의 마술 때문이다. 굵은 붓 터치로 빛의 흐름을 잡아낸 것이,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눈을 주목하게 한다.

작가가 바라 보는 라일락에 대한 애착과 인간에 대한 애틋한 감성의 눈길이 작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사랑하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안다는 것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분명 이 이상은 아닐 것이다

 

이제 봄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한결 맞기 쉬우니까요.
성급한 마음일까요. 그래도 풀잎이 돋고 새싹이 솟아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에 있을 것만 같은 이브를 상상하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김일해의 작품 「이브」(1995년, 200X100cm)는 위아래로 기다란 작품입니다. 위쪽에는 나무그늘 아래 물새들이 한가로이 떠돌고 있습니다. 아래 연못 속에는 이브의 모습이 물결 따라 부서지고 있습니다. 이브는 물 속에 다소곳이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물 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라도 했을까요. 이브의 건강한 피부색은 초록의 나뭇잎 색이 배경이 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브가 사는 곳은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봄과 같은 곳입니다.
봄이 항상 기다리고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환상과 서정의 감성언어
미술 평론가 신항섭


남다른 감성적인 그림으로 주목 받아온 그는 재현적인 구상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데 기여 했다. 무엇보다도 과슈화 처럼 부드럽고 밀착력이 강한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유화의 잠재적인 표현력을 일깨워 줌으로서 독자성을 인정 받을수 있었다
.
물론 거기에는 타고난 감각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리드미컬한 터치가 뒷받침이 되고 있다.
주저함 없이 한달음에 완결되는 듯한 매끄러운 호흡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유화는 한마디로
감칠맛 나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더러는 춤추는 듯한 흐름을 가진 붓자국이 선명히
남아 감정의 실체를 읽을수 있을 정도 였다.
그의 미적감각은 순수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도 색채 선택에서 득특한 시각을 보여 준다. 풍경이든 정물이든 현실색에 얽매이지
않고 자의적인 색채 매열로 현실로부터 독립된 회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색채이미지는 패셔너블한 세련미로 요약된다.
보색대비의 강렬함은 물론이요, 중간 색조의 은근한 조화 그리고 미점의 활용 등에서
패션의 감각을 발휘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색채이미지는 한마디로 현대라는 시대 감각에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략)
아울러 색채가 사라진 부분에는 자연히 추상적인 공간이 들어 앉게 된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으니 색상의 내왕이 자유롭다. 투시되고 투과되며 동시에 투영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상상의 여지가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는 무엇을 나타내는 일로부터 무엇을
감추고 내포시키는 일로 조형적인 사고를 진전 시키고 있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실재를 통한
회화적인 환상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물체로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는
문학적인 은유가 담겨 있다. 눈으로 읽혀지는 감각적인 표현에서 의식을 투영 시키는
내면적인 표현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운이 길다. 간단히 시지각만으로
간취되지 않는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우리들 개개인의 지식과 체험과 상상에의해 조합되는
내적 의미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 현실너머 저쪽에 존재 하며 우리들이 공감할수 있는
회화적인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미술사랑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트 페어란?  (0) 2006.01.12
‘빨간 속옷의 오달리스크’ - 김씨님 글  (0) 2005.12.28
칸딘스키  (0) 2005.12.22
중용의 미학  (0) 2005.12.22
코코슈카  (0) 2005.12.14